한국 바둑, 후지쓰배 8연패 도전장

입력 2005-04-07 13:57:22

박영훈, "세계대회 우승 더 하고 싶어"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전이 오는 9일 일본 도쿄에서 제18회 대회의 막을 올린다.

지난 87년에 창설돼 세계 최초의 메이저 국제기전으로 출범했던 후지쓰배는 '우주류'로 잘 알려진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이 원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일본이 초창기에 반짝 우세를 보였으나 93년 제6회 때 유창혁 9단이 첫 우승한 이래 한국이 통산 10차례 우승, 전유물로 만들었다.

한국은 특히 98년 11회 대회의 이창호 9단부터 지난해 박영훈 9단까지 7연패의 아성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기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의 후지쓰배 8연패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주최국인 일본에 비해 1명 적은 7명이 출전하지만 타이틀 보유자 위주로 진용이 갖춰져 각자가 우승 후보다.

지난해 후지쓰배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타이틀을 신고했던 박영훈 9단을 비롯해 농심신라면배 5연승과 춘란배 우승을 일군 최강 이창호, 국내 3관왕 최철한 9단, '폭풍의 아들' 송태곤 7단, '쎈돌' 이세돌 9단, '공격의 전설' 유창혁 9단 등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이세돌 9단과 유창혁 9단은 특히 후지쓰배와 인연이 깊은 기사. 이 9단은 2002년과 2003년, 유9단은 93년과 99년에 각각 2회씩 우승을 차지했다. 이창호 9단 역시 96년과 98년 2회 우승을 신고했다.

국내 최대 기전인 전자랜드배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랜드 김' 김성룡 9단도 출전해 방송 활동에 전념하기 전 첫 세계대회 정상에 도전한다.

디펜딩 챔프 박영훈 9단은 "꼭 우승이 목표는 아니며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고 싶다"면서도 "(앞으로) 세계대회 우승은 더 하고 싶다"고 말해 2연패의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 대회 준우승자 요다 노리모토 9단과 기성 하네 나오키 9단, 명인과 본인방 타이틀 보유자 장쉬 9단 등을 내보낸다. 특히 장쉬 9단은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진출해 중국의 위빈 9단과 결승5번기를 벌이고 있는 등 최근 국제무대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응씨배 우승자 창하오 9단과 위 빈, 춘란배 준우승자 저우허양 9단에다 중국 신진그룹의 선두주자 구리 7단 등이 만만치않은 강자들이 나온다.

우승상금 1천5백만엔(약 1억5천만원)이 걸린 이번 대회는 9일과 11일 일본기원에서 7개국 24명의 기사들이 출전한 가운데 1, 2회전을 치러 8강 진출자를 가린다.

8강은 오는 6월 4일, 준결승과 결승은 7월 초에 각각 열린다.

다음은 박영훈 9단의 각오.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요다 노리모토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2연패를 달성할 자신이 있나.

▲우승이 꼭 목표는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고 싶다. 내용이 좋은 바둑을 두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성적도 괜찮지 않을까.

--자신의 우승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고 있나.

▲글쎄, 잘 모르겠다. 그래도 10%는 넘지 않을까.(웃음)

--이번 대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3명을 꼽는다면.

▲일단 이창호 9단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남은 두 명은 정말 어렵다. 모두가 다 우승후보로 보인다.

--최근 최철한 9단과의 기성전 도전기에서 2승 1패로 앞서는 등 컨디션이 상승세이다. 이유가 있다면.

▲상승세 아닌 것 같다(웃음). 사실 예선전에서 매일 지고 있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국제기전 2관왕이지만 국내기전 타이틀이 없어 국제파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국제기전에서 성적이 더 좋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파로 불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국제기전은 내 스타일에 맞는다. 대국과 대국 사이의 기간도 긴 편이고 대국 환경도 국내기전에 비해 좋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일단 지금 진행 중인 기성전 타이틀을 따야겠고 세계대회 우승도 더 하고 싶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가.(웃음)(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