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재래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환경개선에 투입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시책이 많다. 대구 달서구 두류시장, 중구 서문시장 내 동산상가는 최근 냉·난방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꿨지만 난방비, 전기료 등 추가 부담이 뒤따라 상인들이 외면하고 있다.
두류상가 옷집 상인 김모(52·여)씨는 "겨울 동안 난방시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월세도 빠듯한데 난방비 낼 돈이 어디 있느냐"고 불평했다. 또 달서구 서남시장의 경우 올해 방수공사, 건물도장 등을 위해 예산 5억8천만 원이 배정됐지만 번영회 측이 건물 위 주차장 설치를 요구하는 바람에 사업승인을 변경해야 할 처지다.
서문시장 아케이드 설치 및 건물 개보수 사업은 총 사업비 52억5천만 원 중 10%에 해당하는 자부담 5억2천5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추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성당시장의 아케이드 및 공영주차장 설치는 일부 상인들이 앞쪽 및 인근 가게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자부담을 꺼려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재래시장 환경개선 사업비 33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도 공영주차장 건립, 아케이드 설치, 공중화장실 개·보수사업 등을 위해 예산 75억 원을 배정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어 사업예산에 대한 용도변경 요청이 잇따르고, 상인들은 자부담 비용 대기를 꺼리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15년간 야채 가게를 한 최모(65)씨는 "10억 원이 아니라 100억 원을 투자해도 똑같다"며 "재래시장 전체에 고루 혜택이 가도록 형평성에 맞춰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대구시장 꽃집 상인 권모(48)씨는 "국비, 시비, 구비 등이 90% 지원된다 해도 10%를 부담할 여유가 없다"며 "영세상인들을 위해서는 다른 지원책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모 구청 공무원은 "백화점, 대형할인점의 공세가 거세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표만 의식한 정치인들의 공약(空約) 때문에 예산만 엉뚱하게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은 충분한 현장실사를 통해 투자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인력만으로는 시장에 직접 나가 일일이 살피고 꼭 필요한 사업인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대구시가 지난해 주요 재래시장 환경개선 사업으로 단장한 서문시장.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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