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는 1970년대 4.53명에서 2002년 세계 최저수준인 1.17명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금년 1월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출산력 저하로 인해 15∼24세 젊은 노동력 인구가 많이 줄어들어 2000년 769만 명(22.8%)에서 현재 690만 명(19.9%), 2020년 554만 명(15.5%), 2030년 426만 명(13.4%)으로 추산했다. 15~64세 생산활동인구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인구는 더 빨리 증가하고 있는데 2000년을 기점으로 총인구의 7%를 상회하여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에 돌입하였고, 2018년(종래보다 1년 앞당겨짐)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15~64세 생산활동인구 9명이 65세 이상 노령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노동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생산활동인구 8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지만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처지가 된다.
문제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인구고령화와 경제성장"보고서(2004년)에서 현재기술진보 속도와 출산율 저하가 유지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평균 5.10%에서 2010년대 4.82%로 떨어진 뒤 2020년대 3.56%, 2030년대 2.25%로 하락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노인층은 늘어나게 되니 생산활동인구가 원천적으로 줄어드는 게 근원적인 문제이다. 어떻게 해야 생산활동인구를 늘려서 잠재성장률을 늘릴 수 있을 것인가? 그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숨어 있는 보배, 여성인력의 활용이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현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2003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7.5%로 1990년 31.9%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고학력 여성도 계속 늘어, 이젠 한 해 석사 및 박사취득자가 각각 39.8%, 23.7%에 이른다. 2004년 행정고시 최종합격자 중 38.4%가 여성으로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2004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39명으로 전체의원 299명 중 13%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공무원 중에서 여성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2.9%이다. 2002년 의사의 여성비율은 18.4%, 치과의사는 21.6%, 한의사는 11.9%, 약사는 61.9%, 방사선사 26.5%, 치과기공사 32.2%, 안경사는 30.3%로서 모든 부문 공히 예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양적, 질적 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많이 모자란다. 우선 여성의 양적 활용 측면을 보았을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3년 48.9%로 우리나라 남성과 미국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74.6%, 60.1%(2001년)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한다. OECD 평균인 59.6%에도 뒤지고 있다.
여성의 질적 활용 측면을 보면 특히,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1.6%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우리나라의 저학력 여성 활용률은 선진국보다 높은 반면, 고학력 여성 활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평균 20%포인트 이상 낮다.
선진국들의 경우 학력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 고급여성인력의 활용이 잘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학력일수록 활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질수록 노동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높고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상실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고급여성의 활용이 적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미래 국가들의 '경쟁력의 요체'라고 설파했다. 기업에서의 적극적인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필요성에 의해서도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여성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고 활용하는 국가만이 미래 경쟁력에서 앞서 갈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졸 이상 고학력 전문직 여성의 사회진출 지원과 비정규직 등 저학력'저임금 노동자 보호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직장과 가사 병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 여성 친화적인 환경 조성 등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여성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고 활용하는 국가만이 미래 경쟁력에서 앞서 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늘 깨어있으며 능동적인 여성들의 비약적인 약진이 있을 때 더 밝게 빛날 것이다.
박상태 (한신평정보주식회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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