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지금 만성실패증후군(慢性失敗症候群)에 빠졌다.
워낙 되는 것이 없다 보니 무엇 하나 자신있게 덤벼들 사안이 없어졌다.
" 이는 지난 28일 경주시의회가 방폐장 유치 찬성을 의결한 직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던 한 의원의 혼잣말이다.
실제로 유치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마저도 '과연 이번에는 될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공원, 경마장, 축구센터 등 국책사업에서 번번이 물먹었는데 혐오시설 유치까지 실패하면 그 망신은 누가 감당하겠느냐"는 우려도 많다.
일부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유치찬성을 의결하고 유치운동에 돌입했는데도 시장 등 집행부가 "여론을 더 지켜본 뒤 방침을 정하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유치대열에 동참했다가 또 안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정권이 번갈아 가며 경주를 물먹였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지 않으냐"는 말도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서 경주가 입은 상처와 당한 대우를 생각하면 이런 일부 정서가 전혀 턱없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정부나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전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과연 잇단 실패가 정부 등 '칼자루를 쥔' 쪽이 경주를 괄시했기 때문만일까.
태권도공원이나 축구센터의 경우 무주, 창원 등 경쟁지역보다 경주의 출발이 늦었던 탓에 초기 대처가 부족했고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서도 경주가 한수 뒤졌다는 진단도 많다.
방폐장 역시 포항은 시장이 포항공대와 시민단체를 등에 업고 직접 유치를 선언했고 영덕은 이미 주민청원서까지 만들어진 상태에서 경주는 뒤늦게 가세한 형국이다.
"우리 경주는 뭣했습니까? 말만 많고 준비는 없고…. 태권도공원이나 축구센터가 정말 정치적 결정만으로 타지로 넘어간 것인지 냉정하게 한번 따져 볼 때입니다.
" 경주의 거듭된 실패가 남의 탓보다는 경주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한 의원의 말이 만성실패증후군의 치유책으로 들렸다.
박정출/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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