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년대 여성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가족계획운동이었다. 1961년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였던 양재모 박사에 의해 창립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표어 아래 강력한 산아 제한 운동을 시작했다. 63년에는 전국적으로 가족계획 학습반이 조직돼 부녀자들에게 산아제한의 중요성을 교육시켰다. 대구'경북에는 1968년 가족계획어머니회가 조직돼 피임, 임신, 출산, 주요 병력 등 가정건강기록부 작성과 함께 먹는 피임약 보급 등의 활동을 펼쳤다.
◇ 1970년대 들어서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 아래 가족계획운동이 더욱 가속화됐다. 주부교실연합회는 '인구의 해'였던 1974년을 '임신 안 하는 해'로 정해 자체 캠페인을 벌였고, 75년에는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로 정해 남성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도 했다.
◇ 1970년대는 이웃 중국도 만혼(晩婚),절육(節育), 계획생육(計劃生育)의 3대 인구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80년부터는 계획생육을 국책사업으로 정해 '1부부 1자녀' 출산만 허용했다(소수민족은 2자녀). '아이 하나 덜 낳고 대추나무 한 그루 더 심자'라거나 '적게 낳아 빨리 부자가 되자'식의 재미난 구호들이 내걸린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 여하튼 70년대만 해도 그토록 절박했던 산아 제한은 이제 그야말로 추억이 되고 말았다. 국내 가족계획의 핵심 기관으로 활동해 온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최근 반세기만에 출산 장려 기관으로 완전한 대변신을 선언했다. 협회는 올해부터 전국 13개 시도지회에 '결혼'임신'출산지원센터'를 세워 출산 장려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 그러나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한국모자보건학회와 함께 지난 26일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한 '1.2.3운동'이 벌써부터 암초에 부딪치고 있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결혼 후 1년 이내에 임신해서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자'는 취지의 '1.2.3운동'에 대해 이 운동을 패러디한 "1.2.3.4운동(결혼 후 1년 이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낳으면 40대에 파산한다)" 등의 비판적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확실히 출산장려금과 보육료 지원 때문에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마음놓고 자녀를 낳고 기르고 싶은 사회가 되도록 정부가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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