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극 '봄날'

입력 2005-03-25 15:10:37

극심한 불황으로 한동안 침체됐던 지역 연극계에 따뜻한 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연극전용 소극장 개관 붐을 기반으로 최근 1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

봄날을 알리는 첫 테이프는 30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극단 마카(대표 최주환)가 끊었다.

소극장 '열린극장 마카'의 개관기념 공연으로 지난달 24일부터 3월 19일까지 '해가 지면 달이 뜨고'(김태수 작·최주환 연출)를 24일 동안 무대에 올린 것. 특히 이 작품은 지역 연극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을 얻어 오는 6월쯤 4개월 정도의 앙코르 장기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뒤이어 극단 예전(대표 김종석)은 지난 18일부터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김태석 연출)를 소극장 예전아트홀에 올려 내달 3일까지 공연한다.

또 극단 처용(대표 성석배)도 28일 오픈하는 연극전용 소극장 '시어터 우전' 개관기념 공연으로 창작초연인 '굿 타임'(안희철 작·성석배 연출)을 내달 1일부터 한 달간 공연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극단 함께사는 세상(대표 박연희)의 '엄마의 노래'(4월 20일~5월 8일)와 '아줌마 정혜선'(6월 10일~24일), 극단 예전의 '향교 품바'(5월 24일~6월 6일), 극단 처용의 '인류 최초의 키스'(6월 10일~30일) 등 올 상반기 중에만 4편의 장기공연이 대기 중이다.

그동안 국내외 대작 뮤지컬들에 밀려 생존마저 힘들었던 지역 순수연극이 이처럼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지역 연극인들은 지난해 12월 떼아뜨르 분도, 1월 열린극장 마카, 그리고 28일 개관하는 시어터 우전 등 연극전용 소극장이 잇따라 생겨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소극장 개관이 잇따르면서 소극장 연극 붐이 일고 있는 것.

극단 마카 최주환 대표는 "연극 공간이 많이 생기면서 극장 운영을 위해 극단들이 장기공연을 많이 기획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대구학생문화센터와 대구봉산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연극 '라이어' 관객이 9천 명이라는 얘기는 그만큼 지역민들이 연극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며, "좋은 작품을 통해 일반시민들을 새로운 연극 마니아로 이끌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구연극협회 김태석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도 중구 대봉동에 연극전용 소극장 두 곳을 연내 개관, 기존의 소극장들과 함께 소극장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지역은 물론 서울 공연을 다양하게 무대에 올려 지역 연극팬들의 연극에 대한 갈증을 풀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연극전용 소극장 개관 붐을 기반으로 최근 1개월 이상의 장기 공연이 러시를 이루면서 지역 연극계가 해빙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극단 마카의'해가 지면 달이 뜨고'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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