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독도왜란, 분노를 넘어···

입력 2005-03-24 08:50:59

일본 시마네현이 일으킨 독도왜란으로 인해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시청률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이다.

끊임없이 영토침탈의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의 행태를 접하면서 국난(國亂)의 위기에서 민족을 구한 이순신 장군에 대한 그리움이 더 깊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4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조정(정부)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첫 번째다.

일본은 치밀한 계획 아래 영토침탈을 준비하고 자행해 오는데, '조용한 외교'라는 명분으로 침탈의 빌미만 제공해 온 정부의 독도 정책이 가슴을 치게 한다.

'불멸의 이순신'에는 또 당대의 용장 신립과 원균도 등장한다.

이 두 장수는 용맹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애국심 또한 남다르다.

다만 신립 장군이 출전하면서 "왜놈들을 단숨에 쓸어버리고 일본을 정복해 전하께 바치겠다"고 호언한 것처럼 상대 일본을 너무나 모르고 가볍게 여겼다는 것이 단점일 뿐이었다.

반대로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마침내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거대한 힘을 느끼고 고민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한 덕택이 아닐까.

독도왜란 이후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한일FTA(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중단하고,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종 교류를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쟁' 시대라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해방 이후 올해 1월까지 대일본 누적 적자는 2천300억 달러에 달한다.

적자폭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의 경우 무려 244억4천300만 달러로 적자 신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더군다나 대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분야는 반도체, 반도체 응용장비, 전자응용기기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과 관련된 것이다.

우리가 세계 일류로 자랑하는 휴대전화, LCD, PDP 등 첨단제품들이 속내는 모두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덧붙여 우리는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힘에 직면하고 있다

독도침탈에 따른 국민적 분노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분노가 격정에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일본을 더 잘 이해해야 하고, 또 양심적 지식인들과 무관심한 많은 일본 국민들에게 우리를 더 잘 이해시켜야 한다.

세계 경제전쟁에서 일본을 적(敵)이 아니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해야 한다.

물론 진정한 동반자 관계란 확고한 주권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들과 협상을 통해 상생(相生)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독도왜란은 우리의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과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수많은 '이순신의 부활'을 이 시대는 고대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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