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디자인·설치…전시회 성공 우리 손에
19일 오전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1, 3, 5층에 자리 잡은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행사장. 사흘 동안의 전시를 마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행사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박람회 관계자도 EXCO 직원도 아니었다.
바로 전시장치산업 직원들. 단 하루 만에 460여 개 부스를 철거하기 위해 전시장에는 100여 명의 작업인부들이 각자 맡은 구역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 240개 기본부스에 들어간 자재만 해도 5t 트럭 5대 분량. 여기에 코오롱, 효성 등 대형 부스에 들어간 자재를 더하면 그 양은 엄청나다.
이를 직원들은 24시간 작업 끝에 EXCO 전시관을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전시 도우미 산업 뜬다
전시컨벤션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도우미 산업인 '전시장치산업'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전시산업은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 들어 고양 광주 창원 등지에 전시컨벤션센터가 개관하면서 관련업종도 주목받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전시장치업체는 120여 개 사로 추정된다.
지역의 경우 EXCO 개관 전까지만 해도 전시장치업체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4년 만에 6개 사로 늘어났다.
EXCO 오경묵 홍보팀장은 "전국적으로 전시장이 늘어감에 따라 지역에도 전시 기획, 전시장 부스 제작, 영상장비 지원 등 전시 관련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전시산업과 전시장치산업이 보조를 맞춰 가는 이유는 바로 부스가 전시회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괄적인 박스형태의 부스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예술성을 가미, 대형화하는 추세다
15년간 전시디자인을 해온 엑스포 뷰 최경화 실장은 "전시산업 발전과 함께 국내 전시디자인도 최근 세계적인 유행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평했다.
한 번의 전시회지만 전시부스를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은 엄청나다.
이번 PID 전시회에 들어간 부스설치비만 해도 어림잡아 5억 원 정도. 코오롱, 효성, 염색기술연구소 등이 만든 대형 독립부스는 1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부스설치에 기업들이 큰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부스 디자인과 규모가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부스규모와 기업 경기는 함께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섬유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몇 대기업들은 이번 PID에서 부스 규모를 줄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뭉쳐야 산다
전시산업의 부상과 달리 대부분의 전시장치업체들은 영세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직원들이 10명 미만으로 작은 규모인 데다 시장에 비해 업체들이 난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시장치업체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성장단계에 불과한 국내 전시시장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적기 때문이다.
전시참가 기업들의 부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부스설치비는 외국 전시회 참가 기업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PID 참가업체 관계자는 "단 3일의 전시회를 위해 몇천만 원이 드는 독립부스를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내 전시회의 전시장치업체 선정이 대부분 최저입찰제로 이뤄지고 있어 부스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고양 킨텍스 개관과 함께 국내 전시장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기업들 도전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전시장치회사인 킹스만, 피코아시아 등은 국내 전시시장이 무르익어 감에 따라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PID에서 기본부스를 담당한 동양콤비락 관계자는 "전시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해 현재 국내 기업 규모로는 외국계 기업을 이길 수 없다"며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디자인, 부스 제작, 시공 등 일련의 과정을 한 기업이 도맡는 토털서비스 체제에서 벗어나 각 분야별 전문기업을 키워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기업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조합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엑스컴 피알 서동수 이사는 "지역 전시회를 서울 등 외지로 뺏기는 부분이 적지 않다"라며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지역전시협회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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