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드·조너선 블로흐 지음/창비펴냄
2001년 9'11테러로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 무엇보다 전세계 사람들은 매스컴을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했던 테러 장면을 보고 몸서리쳐야 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테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짙게 깔리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9'11 테러 이후 회심의 미소를 지은 곳도 있다. 세계 정보기관들이 바로 그곳이다. 냉전 시대를 벗어나면서 힘을 잃어가던 정보기관들이 새로운 역할모델을 찾아낸 것이다.
정보기관들이 전세계를 감독하고 통제하는 기관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추적하는 책 '조작된 공포-세계 정보기관의 진실'이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전세계 정보기관들을 총망라해 그들의 역할을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냉전시기, 막강한 예산과 권력을 지녔던 정보기관은 주로 적대국에 대한 군사적'전략적 정보 수집 및 활동에 집중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이후 뚜렷한 적대국이 사라지자 점차 예산이 축소되고 권한도 약화됐다. 하지만, 9'11 테러를 계기로 이제는 구체적 실체가 모호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역할을 바꾸면서 정보기관은 조직규모가 확대됨은 물론 예산도 다시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 제정된 테러리즘 관련 법안들을 토대로 정보기관들은 시민운동, 환경운동, 반세계화 운동까지 감시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그에 따라 사회 곳곳에 감시가 아무런 통제 없이 확산하고 있으며 인권존중과 법치의 정신이 그에 비례해 쇠퇴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또 이런 경향이 가장 극심한 곳이며 중심국으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
한편,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정보활동의 변화 양태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오늘날을 '감시의 시대'라고 명명하면서 전지구적 위성감시시스템인 에셜론(Echelon)에서부터 정보통신기술이 활용된 최고 감시기법에 이르기까지 각종 첨단기술을 통해 더욱 강력해진 정보기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구체적인 예가 전지구적 감시시스템의 핵심인 에셜론 시스템이다. 이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기획'조정하고 있으며 정부나 단체, 기업과 개인 등 비군사적 표적까지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미국 기업이 전세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영국의 국가정보기관과 정보컨설팅 회사들의 커넥션, 미국 정보기관과 프랑스 정보기관이 아프리카를 두고 벌이는 싸움, 러시아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벌어진 주도권싸움과 푸틴 러시아대통령을 등에 업고 과거 KGB의 위치를 차지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미국 정보기관 간에 존재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묘한 시각차이 등 세계 각국 정보기관의 실태를 총망라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의 번역자이자 인권운동사랑방 활동을 했던 이주영씨가 보론으로 실은 '한국의 정보기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도 눈에 띈다. 시각을 우리나라로 좁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는 정보기관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 정보활동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 책의 공동저자 폴 토드는 미국 국가안보기록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 조너선 블로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운동에 참여했으며 현재 런던 지역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서문에서 감독과 통제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정보기관에 대해 쓴 이 책이 '공포의 정치에 저항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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