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베스트셀러가 됐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이 있다. 스릴러물 형식을 빌어 한국의 현대사를 교묘하게 연결시켜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비사를 바탕으로 한 현대물로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늘 찜찜한 것은 결말 부분이었다.
미처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 결말 부분을 잠깐 소개하면 이러저러한 내용끝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해 포항'울산의 공단지역을 폭격,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 갑작스런 사태에 남'북한 정상이 머리를 맞댄 끝에 결국 핵무기를 갖고 있던 북한과 협력해 일본을 굴복시킨다는 통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인도주의가 부각된다. 이미 일본의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최후 수단으로 발진시킨 우리 핵무기의 최종목표는 단 한 사람도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대도시를 폭격해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지만 인도주의 차원에서 참는다는 일종의 무력 시위였다. 소설 속에서도 언급되지만 작가는 아마 섬나라의 좁은 깜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우리의 넓은 아량과 우월함을 상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박애주의와 인도주의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으로 볼 때 핵 폭발의 결과로 예상되는 아비규환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 소설을 봤을 때 '어차피 허구일 바에야 좀 더 속 시원하게 결말을 내버리지'하는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는데 요즘 '독도문제'와 관련된 각종 보도를 볼 때마다 이러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사실 '독도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상황과 맞물려 어물쩡하게 넘어갔던 것이 사태를 더욱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정부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어수룩할 정도로 무대응으로 일관해 '혹시 한'일 국교수복 당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가 없었다.
관련 망언이 나올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 우리 국민들은 분노를 토해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얻은 소득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일본이 도발해 올 때마다 반발을 하는 소극적인 대응법으로 일관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도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엄연한 국력의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이 더 많아 보인다. 지자체간의 교류 협정 파기나 일본 관광객 급감, 혹은 장기적으로 나타날지도 모를 대일 수출감소 등은 예상할 수 있는 불이익들일 것이다. 벌써부터 이러한 점을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고,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분명히 국민정서와 위반되는 것일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약육강식이라는 사파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현 국제사회에서 정의나 순리, 혹은 상식을 앞세우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못난이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수천 년간의 인류 역사에서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익히 배웠다. 또 당장이야 일본의 태도도 조금 수그러지겠지만 100년이 지난 뒤 '다케시마의 날'로 선포한 지금의 사료를 내보이며 '그때 한국은 흥분만 했을 뿐'이라며 후손들을 압박한다면 이 시대에 사는 우리 국민들은 모두 죄인이 되지 않겠는가?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다. 다소 서슬퍼런 말이기는 하지만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서러움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내놓을 수 있는 '히든 카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도 넘보지 못할 그 '히든 카드'를 갖기 위해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은혜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일제 잔재청산을 그 출발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스포츠 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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