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열병합 시설 업체 '동서기연' 성공 스토리

입력 2005-03-18 09:45:47

10년을 내다본 선택 에너지 절약 '대박'

에너지기업엔 불황이 없다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기업들의 노력이 뜨겁다.

가계도 예외일 수 없다.

더 싼 가격으로 더 큰 효율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에너지설비업체인 (주)동서기연(대표 이진호·48)은 이런 움직임을 미리 파악, '대박'을 준비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 큰 위기를 맞았던 이 회사는 에너지 분야에 주력한 끝에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신기술 '소형 열병합'

동서기연은 아파트 오피스텔 병원 호텔 등에 '소형 열병합 시설'을 설치하는 업체다.

소형 열병합 시설은 도시가스를 원료로 마이크로 터빈을 돌려 전기와 난방열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

이 시설을 설치하면 자체 생산된 전기와 난방열을 이용할 수 있어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동서기연에 따르면 33평 기준으로 연간 26만 원, 66평으로 올라가면 연간 51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동서기연은 지난해 이 사업을 본격화, 수도권의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연구소·한국전력연구원·한국중부발전 등의 건물에 시공업체로 참여했고 최근엔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잇따라 일감을 따내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라 전기료 인상까지 점쳐지면서 에너지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 회사는 대구도시개발공사의 학정지구 아파트단지를 비롯, (주)태영이 시공하는 대구 수성4가 아파트단지와 범어동의 대구 최고층 주상복합건물 등을 최근 수주했다.

역외 지역에서도 서울 타워팰리스를 비롯, 수도권의 병원과 유통시설 등에서 수주협상을 벌이고 있다.

계약 성사단계에 이른 곳도 많아 지난해 110억 원 규모였던 수주실적이 올해 200억 원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동서기연은 밝혔다.

최병숙(공학박사) 동서기연 상무는 "우리 회사가 시공하는 열병합 시설은 배기가스가 획기적으로 저감되는 마이크로 터빈 방식으로, 국내 유일"이라며 "지난해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정하는 에너지절약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본의 경우 소형 열병합을 통해 얻는 발전 규모가 268만㎾(2002년 기준)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 기준 11만㎾에 불과, 향후 소형 열병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년 후를 내다봐라

아파트 고층건물 등에 대한 기계설비공사를 주력으로 했던 동서기연은 외환위기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청구·보성 등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30억 원의 부도를 맞았던 것.

"한 해 매출이 40억 원이었는데 30억 원을 떼였다고 생각해보세요. 죽기 직전까지 갔죠. 그러나 문을 닫을 수 없었습니다.

억지로 버텼죠. 워낙 많은 기업이 문을 닫다 보니 저희 회사처럼 버틴 기업들에게 일감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진호 대표는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도 '차별화한 사업 아이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고 했다.

그래야 위기가 와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회사를 추슬러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외국 전시회에 다녔습니다.

그리고 2002년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 터빈 생산업체인 미국 캡스톤(Capstone)사의 소형 열병합 시설을 미국 LA전시회에서 발견했습니다.

혼자서 '이거야 이거!'라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

하지만 대박은 쉽게 터지는 것이 아니었다.

삼성물산이 이미 캡스톤사로부터 설비 도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끝낸 상태.

이 대표는 실망하지 않았다.

삼성물산과의 전략적 제휴에 나서 시공업체 자격을 얻었다

"국제 원유가는 갈수록 오르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

특정지역에만 매장된 자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천연가스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입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 수년 전 이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미리 봤습니다.

결국 앞으로는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이 대단해질 겁니다.

지난해 소형 열병합 사업을 본격화하자 일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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