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지정 조례안을 가결하기 위해 본회의를 연 16일 한·일 양국 언론들의 시선은 일제히 시마네현으로 쏠렸다. 시마네현은 돗토리현에 이어 일본에서 가장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인구가 75만 명이며 주도(主都)인 마쓰에(松江)시 인구가 14만 명밖에 안 되는 '시골 도시'. 그런 시골이 현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의 본산(本山)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가결시킨 16일 마쓰에시에는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일본 유수의 신문과 방송, 지방 언론사 취재진들이 몰리면서 방청객보다 기자가 더 많은 상황을 연출했다. 시마네현 지역의 방송들은 주요 뉴스로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과 관련된 뉴스를 집중 보도했다. 시마네현의회 청사가 있는 마쓰에시로 향하기 위해 돗토리현 요나고 국제공항 출구를 나서자마자 한국의 취재진과 맞닥뜨린 이들은 일본 언론사들이었다.
15일 마쓰에시에는 일본 극우단체들이 독도상륙을 시도해 경찰이 출항을 막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한, 극우단체 회원들이 63대의 자동차를 타고 마쓰에시에 입성해 조례 통과에 따른 자축을 겸한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는 첩보가 전해지면서, 일본 시마네현과 의회가 이들의 청사 진입 불허 방침을 밝히는 등 또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마쓰에시에서 만난 일본인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어반 호텔 직원 히데키 다카하시(37)씨는 "언론 보도가 많이 나와 다케시마가 일본 땅인 줄 알고 있지만, 16일 조례안이 처리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설사 다케시마가 한국 땅이라고 국제법상 인정되더라도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택시기사 마이타 다케오씨는 "역사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 아니냐. 일본 땅이든 한국 땅이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옛일은 옛일로 접어두자"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 모 TV 방송의 한 취재진은 "시마네현 시민들은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 다케시마의 날 지정은 소수 정치세력들이 벌이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니냐"며 평가절하했다.
독도에 대한 억지 영유권 주장은 시마네현 어민들의 요구를 등에 업은 보수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시마네현 어업협동조합은 1천200명의 어민이 참가한 가운데 14일 마쓰에시에서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 결의 대회'를 갖고 독도 인근에서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일본 외무성에 요구했다. 이들은 황금어장인 독도에서 고기를 잡고 싶지만 한국 경비정 때문에 여의치 않자 시마네현의회가 추진하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독도 인근에서의 어업권 확보의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마쓰에시에서 만난 재일본 대한민국 거류민단 시마네현 지방본부단 측 인사는 "시마네현은 일본에서도 어업인들의 인구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며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도 큰 곳"이라며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어민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케시마의 날 조례 의결을 저지하겠다며 15일 마쓰에시에 온 최재익 독도향우회장(서울시의원)은 시마네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날 밤 최 회장은 "독도에 대한 시마네현 의회의 영유권 주장이 명백한 불법이고 역사 왜곡이라는 사실을 담판지으려고 왔으나 접촉이 되지 않는다"면서 "16일 조례안이 의결되면 혈서를 쓰고 철야 농성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