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

입력 2005-03-11 11:08:22

이창위 지음/궁리 펴냄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였던 것은 러'일 전쟁까지였다. 그 후로는 술에 취해 말를 타고 달리는 여우와 같은 나라가 되었다. 태평양전쟁의 패전으로 여우의 환상은 무너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시바 료타로는 광신적인 군부가 이끌고 우매한 대중이 열렬히 지지했던 20세기 초 일본을 이렇게 평가했다. 패전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에서 침략전쟁과 스스로 저지른 끔찍한 만행에 대해 반성하는 지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은 역사적 죄악을 희석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주변국들에 군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왜 일본은 국력의 차이를 외면하고 무모한 침략 전쟁을 벌였을까. 일본 군부의 광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는 일본제국의 아시아 침략과 패망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일본은 러'일전쟁에 승리해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일본의 국토와 세력권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대륙침략을 본격화한 일본은 조선병합, 시베리아 출병, 만주 사변, 중'일 전쟁 등을 거치며 군부독재체제를 확립하고 미국과의 일전을 불사한다.

이 책은 또 진주만 기습, 미드웨이 해전, 오키나와 전투 등 태평양 전쟁의 고비처였던 사건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침략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천황이 했던 역할과 패전 후의 책임 문제를 분석한 내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현재의 일본은 패망한 일본제국이라는 밑그림 위에 덧칠된 그림"이라고 말한다. 다원적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다시 덧칠되거나 수정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복원될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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