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是日也放聲大笑!

입력 2005-03-11 11:36:08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쓴 위암 장지연 선생이 일왕(日王)을 찬양하는 한시를 당시 그가 주필로 있던 신문에 게재했다는 주장이 최근 어느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그의 항일'친일 논란이 벌어졌다. 낙마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후임 물망에 오른 강봉균'윤증현 두사람이 '아들 병역'과 '진도그룹 부당대출 관여'의혹으로 부총리 자리가 지금 오리무중이 돼버렸다. 도대체 장지연 선생마저 도마에 올라버린 세상! 그리고 "원 세상에, 온전한 인재가 이렇게도 없나?" 생각하면 누구나 가슴이 답답할 터이다.

◇ 시마네현인지 다마네기현인지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며 조례까지 만들려하고 우리가 냄비끓듯 끓는 현상을 보면서 한국 지도자들의 무능이 밉고, 역설적으로 일본사람들의 집요함이 무섭고 부럽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과거사와 관련 "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 있으면 배상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일본의 한 신문기자는 그 다음날 반기문 외교장관의 정례브리핑에서 "또 사과하라는 겁니까, 도대체 어떤 표현을 해야 사과가 되는 겁니까?"하고 무례하게 질문을 해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본기자보다 더 얄미운 것은 "일본의 한국지배는 불행중 다행"이라고 한 한씨 성(姓)가진 대학교수였다.

◇ 히로시마(廣島)에 들르는 한국인들은 처참한 몰골의 '원폭 돔'과 평화공원 안에 별 관심없이 서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차례로 보면서 묘한, 이중적인 기분에 젖는다. 약 20년전 한국의 기자 다섯명이 일본의 공식 초청을 받아 그곳에 갔을 때 그 위령비는 히로시마가 세계평화를 외치며 세운 그 평화공원 바깥 한 귀퉁이에 처량하게, 비통하게 서 있었다.

◇ 일본은 망자(亡者)까지도 차별했다. 그래서 일본측이 평화기념비에 참배를 권했을때 기자들은 한국인 위령비부터 참배하는 것이 먼저라고 버텨, 그렇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위령비가 건립된 지 근 20년만인 1999년 겨우 공원내로 옮겨졌지만 그 속에서 또 푸대접 받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오늘의 이 한심한 '인재난'을 보면서 만일 나라가 다시 핍박을 받을 때, 이 땅의 저항세력은 결코 지도층'식자층이 아니라 덜 입고 덜 배운 민초(民草)들 뿐일 것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시일야방성대소(是日也放聲大笑)!

강건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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