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정말 남자였을까?"

입력 2005-03-11 10:58:38

하나님이 여자였던 시절/멀린 스톤 지음, 정영목 옮김/뿌리와 이파리 펴냄

하나님은 왜 남자일까? 이브는 왜 역사 이래 악녀로만 묘사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틸데 파에르팅과 마티아스 파에르팅이 1923년 독일에서 출판한 '지배적인 성'에 따르면 "신의 성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성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위의 질문들이 현대 사회에서 좀 더 사회적인 권력을 지닌 남성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대한 또다른 신화'가 아닐까.

이 책은 위와 같은 의문을 품은 한 조각가가 수십 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면서 밝혀낸 여신에 관한 책이다. 저자인 멀린 스톤은 신화와 종교 교리들이 전면 개정된 과정을 추적하면서 여신은 어떤 존재였는지, 여신을 믿었던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어떠했는지, 여신은 왜 몰락하고 말았는지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설명한다.

◇ 권력 지닌 남성들이 만든 신화

스톤은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선사시대, 그리고 역사 시대 초기에 여자의 사고능력과 지성을 바라보던 태도는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아낸다. 신화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인 만큼 사회적 관점이 개입됐고 이 때문에 현재 전해져오는 신화는 대부분 원형으로부터 숱한 왜곡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

고대에는 거의 모든 곳에서 여신은 지혜로운 조언자이자 예언자로 섬김을 받았다. 이브의 이미지가 순진한 아담을 꼬드겨 선악과를 먹게 한 교활하고 약간 멍청한 것이라면 여신으로 대표되는 고대 종교의 원형적 여자는 이브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 이 여신 종교는 신석기부터 로마시대에 이르기까지 되풀이됐다. 그 시절엔 사람들은 성교와 임신의 관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오로지 여자가 가족의 유일한 근원이자 유일한 생산자였기 때문에 여자에 대한 신비로움이 컸다.

그렇다면, 여성 신의 숭배가 실제로 그 신을 찬양하던 문화에서 여자들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여신이 종교의 중심이던 시절엔 여자들은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 예로 에티오피아의 여자들은 무기를 들었고 집단혼을 하면서 공동으로 자식을 길렀다. 선사시대 이집트 여신은 사회의 중심축이었고 이 때문에 이집트 여자들은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며 모든 소유는 여성쪽으로 상속됐다.

◇ 고대사회는 여신이 종교 중심

고대 스파르타에서도 여자들은 매우 자유롭고 독립적이었다. 젊은 스파르타 여자들은 체육관으로 가서 벌거벗고 동년배 남자들과 레슬링을 하기도 했고 완벽한 성적 자유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종교적 믿음과 사회 관습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처음에는 인도유럽인 침략자들에 의해서다. 그 후에는 헤브라이인, 궁극적으로 기독교인, 나아가 이슬람교도의 공격에 의해 여신들은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스톤은 이런 역사적인 자료들을 통해 여신종교를 파괴하라는 명령은 남성종교의 교회법과 율법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며 고대 여성 신 숭배가 저절로 중단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이 고고학이나 역사학 텍스트가 아니라 모든 여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강조한다. 남성 문화의 파편이 아닌, 우리 자신의 과거 유산을 알아보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해보자는 것이다. 또 이 주제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남성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초대장이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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