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타크래프트 팀리그 결승 현장

입력 2005-03-09 08:50:03

'탕탕탕탕'. 3천여명의 관중들의 손에 들린 형형색색의 막대 풍선이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무대 위에는 결연한 표정의 선수 한 명씩 헤드셋을 쓴 채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만을 쉴새없이 두드리고 있다.

그 뒷편으론 소속팀 감독과 선수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선수들의 유닛들이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서 춤을 출 때마다 경기장은 온통 팬들의 함성과 흥분한 캐스터의 목소리로 넘쳐난다.

지난 6일 오후, 최강의 스타크래프트 팀을 가리는 'MBC 무비스배 5차 팀리그 결승전'이 벌어지던 대구전시컨벤션센터. MBC게임이 주최한 이 대회는 8개팀이 지난해 11월부터 16주에 걸쳐 벌인 리그전의 완결편이었다.

이날 대회는 게임이 더 이상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경기장에는 10대 청소년들을 비롯해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기부터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선수들이 화려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일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또 붉은 악마가 대형 태극기를 펼치듯 좋아하는 선수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과 감독은 리플레이를 보며 부지런히 패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

경기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생동감과 일체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1년에 몇 차례에 불과한 지방 순회 경기인 만큼 팬들의 기대치도 높다.

한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다는 이모(14·서구 비산동)양은 "TV만 답답하게 쳐다보다가 확 트인 경기장에 오니까 정말 실감난다"며 "좋아하는 이윤열 선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가 꿈이라는 정모(17·수성구 지산동)군은 "비록 선수들이 컨트롤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저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다.

팀 리그 최강의 팀 '지오(GO)'와 대구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팬택 앤 큐리텔 큐리어스'의 대결은 지오가 4대1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지오'는 1차 KPGA 팀리그, 2차 라이프존 팀리그에 이어 5차 MBC 무비스 팀리그까지 통산 팀리그 3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큐리어스는 MBC게임 스타리그와 팀리그, 온게임넷 프로리그와 스타리그 등 4개 대회의 결승에 모두 진출하고도 1개 대회(이윤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만 우승을 차지하는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승리의 견인차는 팀리그 다승 2위 서지훈도, MBC게임 스타리그 우승자 박태민도 아닌 신인 마재윤이었다.

선봉으로 나선 마재윤은 큐리어스의 김상우와 심소명, 이병민을 잇따라 잡아내며 3연승을 올렸다.

한편 '인투 더 다크니스2'에서 펼쳐진 첫 경기에서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큐리어스의 김상우가 방음 스피커가 내는 저음의 진동때문에 마우스가 튄다며 경기를 잠시 멈춘 것. 게이머들은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그 위에 다시 헤드셋을 쓴다.

또 뒷편에 대형 스피커를 장치해 외부와의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게이머가 경기 중 이상을 감지하고 'p'를 연타하면 중립 위치에 있는 옵저버가 잠시 진행을 멈출 수 있다.

약 5분 뒤 게임이 속개됐지만 김상우는 한번 잃은 페이스를 다시 찾지 못했다.

마재윤은 럴커와 뮤탈리스크, 히드라리스크를 조합한 대규모 병력으로 승리를 따낸데 이어 '가난저그' 심소명과 '골든보이' 이병민을 잇따라 꺾었다.

큐리어스는 마지막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추를 되돌릴 순 없었다.

'천재테란' 이윤열이 마재윤을 잡아냈지만 5경기에서 앞마당 멀티를 바탕으로 대규모 병력을 생산한 이재훈에게 밀려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한편 이날 끝난 MBC게임 팀리그 결승을 마지막으로 프로 게임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한달간의 스토브리그에 돌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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