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 네살배기' 동생 결국 보육원 갔다

입력 2005-03-08 10:59:31

지난해 12월 18일 대구 불로동에서 부모의 방치로 굶어 죽은 네 살배기 태식이의 막내 동생 미희(가명·3·여)는 결국 8일 오후 대구의 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표정한 미희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희는 보육원에서 먼저 와 있던 언니 지희(가명·9)를 만날 수 있었다. 지희는 사건 이후 일시보호소에서 지내다 지난달 25일 부모 동의하에 이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부모도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청 관계자는 "자매를 돌볼 능력이 안 되는 엄마보다는 그나마 복지시설이 낫다고 생각해 보육원에 보냈다"며 "당분간 이곳이 자매의 새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일 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30대 가장이 사업에 실패한 뒤 실직자로 지내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열한 살짜리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숨지게 하고 아홉 살짜리 딸마저 중태에 빠뜨렸다. 이 딸도 갈 곳이 없어졌다.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예전엔 부모의 이혼, 교통사고 등이 가정해체의 주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가정폭력, 자살, 가족 범죄 등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대구지역 가정폭력상담기관에 따르면 상담이 2002년 7천60건, 2003년 9천50건, 지난해에는 9천739건으로 늘었다.

대구 위기가정지원센터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건수 5천764건 가운데 부부문제가 3천346건(58%)으로 가장 많았고, 가족문제 849건(14%), 개인문제 756건(13%), 자녀문제 462건(8%)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내에서 발생한 문제로 상담을 의뢰해온 건수가 모두 4천657건으로 전체 상담의 81%를 차지했다.

복지시설 보호아동도 줄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 복지시설 22곳에 보호 중인 아동은 지난해 말 현재 1천128명. 2003년보다 28명이 늘었고, 2002년에 비해 39명이 늘어났다. 가정위탁의 경우도 지역에서 125명에 이른다. 소년소녀가정(99명), 일시보호아동(21명), 시설보호아동(5명) 등으로 이들은 현재 대리 양육(30명)이나 친인척(21명), 일반인(21명)에게 위탁돼 친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위기가정지원센터 박진필 소장은 "가족연대 의식이 점점 엷어지면서 가정해체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를 단지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정이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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