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관의 인물탐방-예술의 전당 박성택 기획운영국장

입력 2005-03-04 13:57:29

"TV 탈피해야 문화 선진국 됩니다"

문화사업이 향후 우리나라의 주요 사업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에서 증명됐듯 우리 공연 예술인들의 수준과 역량이 세계 어디보다 높기 때문이다.

문화에 대한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는 것도 문화사업이 그야말로 '돈이 되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문화사업의 성장을 이뤄낼 국가적 지원이나 정책은 여전히 요원한 형편이다.

국가전체 예산중 문화관광부 예산은 1%선에 머물러 있고 문화관련 예산은 언제나 삭감 '영' 순위다.

박성택(朴星澤· 50) 예술의 전당 기획운영국장은 "우리 예술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선 경쟁하고 실전을 쌓을 수 있는 인프라 구성에 정부가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도록 해 주고 관람객도 쉽게 찾아와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 예산 1%로 문화와 관광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습니까. 예술의 전당만 해도 정부지원액을 더 늘려야 '귀족의 전당'이란 비아냥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우리 문화유산이 외국에 비해 많은편이 아닌만큼 지금부터라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하고 그러기위해선 정부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박 국장의 문화발전에 대한 소신이다.

"투자가 이뤄져야 국민들이 자주 접하게되고 자주 접해야 눈이 커집니다.

그래야 발전하고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최근 오페라 전용공연장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구상에 원칙적으로 박 국장은 찬성이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 서울에는 오페라 무대가 적지않다.

일부 구민회관의 경우 시설은 수준급이지만 민방위훈련이나 공청회 등을 하느라 3, 4개월씩 대관이 불가능, 예술활동 공간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무대를 늘리는 이상으로 소프트웨어와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성공여부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공무원들이 운영을 맡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공연장 운영은 공연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예술인 스스로에게 맡기는게 낫습니다.

" 대부분 도시의 시민회관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못하는 이유가 공무원이 운영 주도권을 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문인에게 맡겨야 공연자는 아무 신경쓰지 않고 공연만 하면 됩니다.

공연자가 조명기술자까지 데려가야 한다면 얼마나 낭빕니까."

어릴 때는 신부가 되고 싶었다.

종손이 실천하기엔 꿈이 너무 컸다.

경북대 철학과에서 영남대 경영학과로 옮겨 대학을 마친 후 한진그룹에 들어가 3년을 지냈다.

그러다 홍대 미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시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초창기 예술의전당에서 같이 일하자며 불렀다.

그렇게 들어간 예술의 전당에서 초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80년대말, 90년초 당시만해도 아직 문공부의 간섭이 적잖았다.

노조위원장으로 최대 이슈는 편성자율권의 보장이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문화 선진국의 원칙이 이때부터 우리에게도 서서히 적용되어 갔다.

우리 예술인들의 소양이 높은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에도 정부 정책이나 국민적 수준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TV에서 탈피해야 문화 선진국이 됩니다.

안보면 벌받듯 9시 뉴스보고 드라마보며 너무 많은 밤 시간을 뺏기고 있습니다.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오는 과정의 물질적인 수직상승을 문화나 정신적인 면이 따라가지 못하는데는 TV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버린 때문입니다.

"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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