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합천만세운동'주도 애국지사 이용선 묘소 방치

입력 2005-03-04 13:58:59

나라사랑에 보답은 무관심

경남 합천군 대양면 장지골 어귀에는 초라한 묘소가 있다.

'애국지사 이용선지묘(愛國志士李龍善之墓)'라고 쓰인 비석과 걸맞지 않은 모습. 봉분은 허물어지고, 바깥석곽은 철사줄로 매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이용선은 지난 1919년 '3·18 합천만세운동'을 주도한 애국지사로 일제 강점기 옥고를 치렀으며, 지난 1980년 대통령표창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그러나 그의 묘는 국내에 직계 후손이 없는 데다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00년 그의 직계 후손 이춘수(75·중국 지린성)씨는 합천군과 합천국제교류협의회 초청으로 꿈에도 그리던 고향 합천땅을 63년 만에 밟고 조상의 묘소에 난생 처음 잔을 올렸다.

8세 어린 나이로 부모를 따라 만주로 갔다는 이씨는 "할아버지가 애국지사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이국땅에서 서럽게 살았다"며 이날 목놓아 울었다.

이씨는 할아버지의 묘소가 허물어지고 방치된 데 따른 죄책감을 보였으나 관리에 소홀한 정부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벌초를 하며 제사를 모시는 등 그나마 이 묘소를 돌보고 있는 사람은 이 마을에 사는 가까운 친척 이명수(64)씨.

이명수씨는 그동안 군과 국가보훈처 진주보훈지청을 찾아다니며 묘소 정비를 수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고 했다.

보훈지청은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곤란하고 예산도 없다"며 "차라리 국립묘지로 이장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주보훈지청 보훈과 담당자는 "예산이 없어 위급한 상태의 극소수 묘소에 대해서만 단장과 이장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주보훈지청 관할구역(진주·합천 등 10개 시·군)에는 유족의 희망에 따라 국립묘지가 아닌, 선산에 모셔져 있는 독립·애국지사 묘소가 모두 132기 있다.

보훈과 서원홍 국립묘지이장담당자는 "장기 계획으로 국립묘지 이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장소가 협소해 도로계획부지 편입·무연고 묘소를 대상으로 이장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사진: 독립애국지사 이용선의 묘(경남 합천군 대양면 장지골)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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