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아무나 하나'. 유행가 가사를 패러디한 넋두리를 해보는 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다.
시쳇말로 '문학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이다.
오늘날 문학의 퇴조는 문단의 고령화와 작가 지망생들의 허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젊은이들은 문학을 외면하고 있는데, 중장년층에서는 오히려 등단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기현상.
계간 문예지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인 신기훈 시인은 '등단 연령과 우리 문단의 고민거리'라는 글에서 이를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된 중년층이 젊은 시절 문학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보다 느슨한 과정의 문학수업과 등단절차를 거쳐 문인이 되는 관행이 문단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몇해 전 고려대 현택수 교수도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에 기고한 '직업인으로서의 문인의 위상'이란 글에서 한국의 시인등단제도를 꼬집은 적이 있다.
등단의 남발로 시인의 타이틀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 교수는 "시인이란 칭호는 하루종일 시 때문에 고민하고 오로지 시작(詩作)으로 밥을 먹고자 하는 직업 시인들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지역의 한 중견 문인도 문단의 상업주의와 자비 등단 및 출판의 문제를 심각하게 꼬집었다
문단이 늙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등단 연령의 고령화가 보다 오랜 작가적 수련과 염격한 심사과정에 의한 문학적 역량 증가의 결과일 수도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데 있다.
등단 연령의 고령화는 작가정신을 방해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평가절하되었지만 아직도 시인이나 작가라는 칭호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많고, 문인으로서의 책임보다는 그 이름이 주는 후광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의 유희가 난무하고 표절이나 외설시비에 휘말리는 등 함량미달의 작품이 넘쳐나면서 문학에 대한 외면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상이 그렇게 난립하고 작품집이 그토록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수작이 나오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문단이 자꾸만 늙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문인들의 치열한 자기성찰과 작가정신의 재무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등단절차의 엄격성을 회복해서 문학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문단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문인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학적 역량이 절실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젊은 문학도들이 문단에 등장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문단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문학이란 무릇 절망의 벼랑에서 오히려 위대한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 아닌가. 을유년은 새벽닭이 홰를 치듯, 새로운 작법과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문인들이 도전과 패기를 떨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침체의 늪에 빠진 문단에 희망의 새싹을 기다리는 목마름으로 되뇌어본다.
'문학은 아무나 하나'.
조향래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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