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잠자는 新기술 깨워라"
R&D(연구·개발)에 이어 '기술이전'이 기업혁신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어렵고, 자금력마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R&D보다는 필요한 기술을 대학이나 연구소로부터 이전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각 테크노파크(TP)를 중심으로 지역기술이전센터를 구축,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올해를 '기술이전 활성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 R&D는 위험하다?
SI(시스템통합)와 SW(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왔던 (주)구봉정보시스템은 3, 4년 전부터 대기업의 침투와 횡포로 지역기업의 한계를 느꼈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지 않고는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선택한 것이 IT제품 제조. 각각 1년 이상의 시간과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하나로캠, 멀티캠, 화이트캠 등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지만, 쏠쏠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대박'은 터지지 않았다.
개발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헐값에 구입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들이 수두룩한데 자체 R&D를 고집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구봉 박무희 대표는 이때부터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유망기술을 탐색하기에 애썼다.
지난해 말 일본 파이오니어사의 'PDP 사이버 보드'와 프랑스 유비크 윈도우사의 운영시스템 '유비크 윈도우'의 한국 총판권을 따냈다.
고화질 PDP TV에 적외선 주사방식을 채택, 동영상·음성 등의 녹화와 인터넷을 통한 재방영, TV 방송이 가능한 '사이버 보드'의 핵심기술과 모듈은 수입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SW의 최적화 작업 등은 구봉이 직접 한다.
쇼윈도, 전시장, 유리창, 벽면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유비크 윈도우' 역시 비디오 프로젝트, 편광필름, 펜티엄4 PC 등 상당 부분은 국내에서 조달하고 운영체제인 유비크 윈도우만 프랑스에 의존한다.
최첨단 기술도입으로 인해 구봉은 올해 회사의 모습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이 R&D를 마치고 상품화 전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대략 2.5~3년이 소요된다"면서 "이 때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준비해둔 자금이 바닥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블랙엔젤들에게 헐값에 기술을 팔거나, 아예 상품화 자체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R&D형 창업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기술이전 "낙제점"
정부의 연구개발지원금은 연간 5조 원을 넘고 있으나 사업화 성공률은 30%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더욱이 공공연구성과의 민간기술 이전율은 15.3% 정도이고, 특허청 등록특허의 사업화 성공률은 11%, 타인에게 이전된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또 국가기술은행(NTB)에 등록된 기술 1만6천69건 중 106건 정도만 거래가 성사됐으며, 한국기술거래소의 기업 설문조사 결과 역시 민간기업 보유기술의 이전율은 2.1%에 그쳤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술이전 가능 과제를 중심으로 R&D를 해야 함은 물론, 기술이전 전문가와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양성해 '기술이전시장' '기술투자시장' '기업거래시장' 등 3대 기술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이제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기술이전채널 많아져
경북TP 경북기술이전센터(www.gbtc.or.kr)는 6월 30일까지 파트너십 기업을 공모한다.
기술이전에 관심 있는 중소·벤처기업, 개인, 대학교수, 연구원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시 교류채널을 갖추는 게 목표다.
각종 지원 정책을 통해 평상시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필요할 때 기술이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 지역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매일신문과 공동으로 '신기술 복덕방' 캠페인을 전개한다.
경북TP는 이 밖에도 이미 구축해 놓은 대중국 플랫폼을 활용, 기술이전 및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넷, 지·텍, 이지스, 마이크로엔엑스 등 지역기업과 함께 제8회 베이징 하이테크 엑스포(5월 21~25일)에 참가할 계획이다.
대구TP 대구기술이전센터도 △기술이전과 창업보육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매니저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의 기술이전 시스템 벤치마킹 △영남권, 수도권, 중부권, 호남권 기술이전센터와의 정보교류 활성화를 주요 사업방향으로 정했다.
기술이전만큼 네트워크 간 교류와 협력, 연계가 중요한 사업도 없다.
이에 따라 대구TP, 경북TP, 포항TP는 3일 오후 2시 엑스코에서 '대구경북지역 기술이전설명회'를 공동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에는 영남대 김교형 교수, (주)매직하이테크 조경래 대표, (주)피싱캠 김무중 대표, 대구대 강선철 교수 등이 모두 6개의 신기술을 발표하고, 기술상담도 실시할 예정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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