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14전 15기 대구가톨릭대 졸업 양현영씨

입력 2005-02-25 09:58:38

"알짜 中企진작 눈돌릴 걸…"

"눈높이 낮추니 앞이 보였어요."

21일 대구가톨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현영(22·여)씨. 심각한 취업난 탓에 학사모를 쓰는 날이 백수대학 입학일이라는 얘기도 떠돌지만 그는 졸업식날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양씨는 지난해 11월 취업에 성공, 12월엔 정식 직장인이 됐다.

경북 김천의 코스닥 등록기업인 (주)삼우가 그의 일터다.

"취업문이 좁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15번의 도전 끝에 취업문을 뚫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4년제 대학 재학생 누구나가 수도권의 대기업 입사를 꿈꾸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여성에다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핸디캡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는 롯데 농협중앙회 등 이른바 대기업 공채에 응시, 면접시험에까지 올라가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외국어대가 주최하는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2위로 입상한 영어회화실력에다 한국세무사회 전산회계 1급 자격증, 한국생산성본부 IT자격증인 ITQ,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무자동화산업기사 등 각종 자격증까지 두루 갖춘 양씨였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낙방.

"정말 속상했죠. 그런데 기업이 나를 선택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내가 기업을 선택해보자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기업말고,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알짜기업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죠."

노동부 워크넷 사이트 등을 통해 기업분석을 시작했다.

거래소 상장·코스닥 등록사 중심으로 알짜기업 물색에 들어갔다.

현재의 이름보다는 성장전망이 더 밝은 글로벌 기업, 여학생 차별이 없을 것, 그리고 연고지인 대구·경북이면 금상첨화. 이런 조건으로 회사를 검색한 끝에 삼우를 선택했다.

"관리업무 담당자 1명을 찾고 있더군요. 제가 고른 회사인만큼 면접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습니다.

입사 이후에 저희 회사 임원분들이 후일담으로 저의 적극적 자세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씀해주더군요. 사실 낙방했던 회사 면접에서는 주눅이 많이 들었습니다.

"

입사 이후 그는 자신의 방향전환이 옳았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삼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생산라인을 갖춘 가죽제품 제조업체로 해외법인까지 합하면 근로자가 1천 명에 이르고 최근엔 카시트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 국제자동차공급자등록협회(IATF) 회원업체로 인증받으면서 GM 포드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 납품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

"연봉요? 대기업 연봉 평균보다는 낮겠지만 제가 낙방했던 한 대기업보다는 오히려 높습니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 자녀 학자금 지원은 물론 출산휴가까지 확실히 보장하는 여사원 복지체계 등 '내가 왜 진작에 눈을 돌리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도 듭니다.

"

양씨는 취업문은 스스로 여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수도권 대기업이라는 환상에만 빠지지 말고 규모는 다소 작지만 탄탄한 기업이 얼마든지 많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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