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새벽, 중년 남자가 도로가에 엎드린 채 죽어 있었다.
도로가 조금 패어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얼굴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또 머리 부분에 충격을 받아 피를 흘린 흔적이 있다.
형사는 주변을 조사하고 도로의 상황으로 보아 뺑소니 사고로 추정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쓰러진 곳에 빗물이 고여 곧바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검실에 들어서면서 시체를 보는 순간 바로 형사에게 말했다.
살인사건이니까 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제나 복잡한 사건이 아니기를 기대하면서 부검실에 들어서는 형사반장은 살인사건이란 말에 정색을 했다.
"아니 어떻게 된 것입니까?"
사람이 죽으면 심장의 박동이 영구히 정지한다.
전신의 혈액순환이 정지되면 혈관 내의 혈액이 점차 중력에 의하여 신체의 아래 부분으로 이동한다.
혈액의 성분 중 붉은 색을 띠는 적혈구가 신체 아래 부분에 모이게 되며, 이는 피부를 통하여 색깔이 나타난다.
피부의 색이 검붉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시반 또는 혈액침하라고 한다.
때때로 시체를 처음 보며 시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시신에 나타나는 붉은 색을 보고 누구에게 맞아 죽었다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보통 바로 누운 채 사망하면 등 쪽에 시반이 생긴다.
반대로 엎드려 사망한 채 방치되면 신체 전면에 나타난다.
목을 매고 사망하면 손, 발 등 말단부에 주로 나타난다.
익사의 경우는 물의 흐름에 따라 시체가 조금씩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시반이 명료하지 않게 된다.
만약 물속에서 건져낸 시체에서 매우 뚜렷한 시반이 있는 경우 타살 후 물 속에 유기한 것을 의심해야 한다.
시반은 빠른 경우 사망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생길 수 있으나 보통은 사망 후 2, 3시간이면 형성된다.
12시간이 지나면 최고도에 이른다.
질식사일 때 빨리 출현하며, 실혈사나 전신쇠약으로 혈액량이 적으면 늦게 나타나며 빈약하다.
사망 후 시체의 체위가 변하게 되면 혈구가 다시 중력에 의해 이동함에 따라 시반도 이동한다.
그러나 사망 후 15시간이 지나면 혈구 내의 성분인 혈색소가 혈관벽에 침윤되어 염색되므로 시반의 이동이 없어지고 고정된다.
또 시반은 청산염 중독사나 일산화탄소 중독사일 때 선홍색을 보이고, 여러 약물 중독의 경우 특이한 여러 가지 색을 보이기도 한다.
위에서 예를 든 도로가 시체의 경우 시반은 앞쪽이 아니라 등쪽에 매우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따라서 1차 범행 현장에서 살해한 다음 자동차를 이용해 시체를 옮긴 것이다.
이런 경우 여러 방향에서 시반이 나타나게 된다.
시체는 시반을 통해 자신이 살해당한 범행 시간을 알려주고 사망원인을 법의학자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채종민(경북대 의대 법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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