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1조8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7천762억 원을 사기 대출받고 436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혐의가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의 수사에서 드러났다.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17일 장동국 전 현대전자 부사장과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 김을태 전 두레그룹 회장 등 4명을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주용·김영환 전 현대전자 사장과 강명구 전 현대전자 부사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생기 전 영진약품 회장, 조욱래 전 효성기계그룹 회장, 정상교 전 화인썬트로닉스 대주주 등 2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합동단속반은 이번 수사를 통해 김석원 명예회장이 타인 명의로 소유한 시가 53억 원 상당의 주택 4채 및 임야 등 은닉재산 753억 원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회수토록 통보 조치했다.
이로써 2001년 12월 단속반 출범 이후 공적자금비리 수사를 통해 회수했거나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인 자금규모는 1천818억 원으로 늘어났고, 사법처리된 인원은 241명(구속 101명)으로 증가했다.
이번에 수사대상이 된 5개 기업군의 사기대출 금액은 1조3천435억 원에 이르며, 이들 기업의 워크아웃이나 부도 등으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 떠안게 된 부실채무는 1조488억 원에 달한다.
단속반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K, T, D사 등에 대해 연말까지 계속 수사해 부실기업주 등을 엄벌한 뒤 4년간에 걸친 공적자금 비리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7차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전자 전직 임원들은 1997∼1999년 고 정몽헌 회장 주도로 매출을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1조8천765억 원을 분식회계해 이를 근거로 신한은행 등 8개 은행으로부터 7천762억 원을 대출받고 일반투자자 등으로부터 4조3천305억 원을 유상증자 청약대금으로 납입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995∼2000년 회사자금 436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 비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단속반은 수십 개 차명계좌로 관리된 비자금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액수가 총선 등을 앞두고 현금으로 집중 인출된 점에 비춰 비자금의 대부분이 정치권 등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자금 관리에 연루된 임원들이 '돈 전달 심부름' 사실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정몽헌 회장만이 알고 있다"며 숨진 정 회장에게 모든 것을 떠넘겨 비자금 수령자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김석원 명예회장은 1998∼2001년 부실계열사 주식을 액면가에 매입하게 하는 수법으로 54억 원 상당을 챙기는 등 회사재산 310억 원을 빼돌렸고, 동생 김석준 회장은 1996∼1998년 금융기관에서 4천148억 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김생기 전 영진약품 회장은 1994∼1996년 분식회계로 1천42억 원을 대출받고 91억 원의 비자금을 마련해 병원과 유관기관에 약품판매를 위한 리베이트 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조욱래 전 효성기계그룹 회장은 1997년 부실계열사인 효성금속에 다른 계열사 자금 703억 원을 부당지원한 혐의가 확인됐다.
이밖에 김을태 전 두레그룹 회장은 1997∼98년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으로 가장해 할인받는 방법으로 88억 원을 대출받는 등 483억 원을 빌렸으며, 정상교 전 화인썬트로닉스 대주주 등은 50억 원을 분식회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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