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째 가업…전통사기 제작 구슬땀

입력 2005-02-17 14:55:23

문경 관음요 김선식 대표

"선조들이 심어 놓은 전통의 끈을 살리는 데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8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도예가 김선식(35'관음요 대표'문경읍 갈평리)씨는 요즘 사발과 접시, 종지, 밥그릇, 요강 등 전통 사기 그릇 제작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그동안 청화백자, 다완, 분청사기, 진사 등을 만드는 데 주력해 온 김씨는 5년 전부터 조선 초기 최고 그릇이었던 전통 사기 그릇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기 그릇의 주재료인 흰색 빛깔의 사토(沙土)가 찰기(粘力)가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바탕 흙(胎土)은 자연건조, 초벌구이 과정에서 점차 줄어드는 데 반해 유약(잿물)은 줄지 않아 표면에 균열이 발생, 흙과 유약이 같은 비율로 줄도록 해 사기의 겉면이 매끈하고 밝은 백색이 나도록 하기까지 상당한 고충이 따랐다.

또 전통 나무 가마에서 깨끗한 사기 그릇을 구워내려면 염분 성분이 많은 수입 소나무는 아예 곤란하고 국산 소나무도 습도를 0%에 가깝도록 온풍기에 말려야 한다.

김씨는 "청화백자나 다완 작품의 경우는 겉면의 균열 자체가 자연스러움과 운치로 평가받지만 사기는 순백의 매끈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흠결 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읍 관음리 50여 민요(民窯)는 150여 년 동안 자기류 생산의 본거지였다가 일제 때 놋그릇이 모두 공출되면서 식기는 속칭 양사기(개량 사기)로 불리는 기름 가마에서 대량으로 구워낸 사기 그릇으로 대체됐다.

6'25 이후에는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나 관음리 도공들 대부분은 마을을 떠났고, 사기 그릇도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김씨가 재현한 사기 그릇은 15~20개의 반상기와 30개 안팎의 제기(祭器)로 구성됐는데 그릇 바탕에는 할아버지(김장수'6대 도공)와 아버지(김복만'7대 〃)가 즐겨 사용했던 포도, 나비, 풀 등 그림과, 복(福)자 글씨를 코발트 색으로 입히는 전통 기법을 썼다.

김씨는 다음달 17일부터 순천에서 '향기와 예절을 담는 찻그릇 전'과, 5월에는 중국 청도에서 초청 전시회를 갖는다. 김씨는 "아직은 수백 년 내려온 전통의 한 부분을 되살린 데 불과하다"며 "젊은 도공들이 조상의 뿌리를 세계화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사진: 나무 가마를 통해 전통 사기 그릇을 재현한 도예가 김선식씨는 오는 5월 중국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멋을 알리겠다는 각오다.(나머지 사진은 사기 그릇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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