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희망이다-(7)인삼·약용작물

입력 2005-02-17 08:58:05

음료·절편·차 등 2차가공품에 주력

인삼의 학명은 'Panax'.

모든 것을 뜻하는 'Pan'과 의학 'Axos'가 합쳐진 말. '만병 치료제' 쯤으로 풀이될 수 있다.

특히 고려인삼은 그 효능면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각종 한약재로 쓰이는 특용작물도 마찬가지. 값싼 중국산 등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고려 인삼과 약용작물은 중국산 제품의 범람, 연작피해에 따른 재배적지 부족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인삼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수출량 기준)이 비싼 가격 때문에 고작 1%대에 불과하다.

더욱이 DDA(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이 완료되면 관세 감축에 따라 훨씬 많은 수입산 제품이 국내로 밀려올 전망이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 생산·가공·유통분야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고 있는 농가도 늘고 있다.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영주시 안정면 김정환(52)씨는 '풍기 인삼의 대부'로 불린다.

35년째 인삼 밭을 일구고 있는 그는 개인으로선 전국 최고 수준인 25ha의 밭에서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재배가 힘든 6년근 인삼 만을 고집 하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2차가공제품 생산과 마케팅에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기능성 제품개발에 매달려 홍삼 진액·음료·절편·차 등 가공품을 내놓은데 이어 올해는 한동대와 공동개발한 홍삼과 항암성분이 있는 식물인 '겨우살이' 추출물을 이용한 기능성 제품으로 특허를 냈다.

또 연간 4, 5차례 해외식품 박람회에 참가해 미국·중국 수출길을 뚫어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수출로 벌어들였다.

김씨는 "삼농인(蔘農人)이 살아 남으려면 고부가가치품 생산과 품종 개량 뿐"이라며 "인삼의 사용범위를 전통 약품에서 다양한 식품형태로 확산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철저한 품질관리

영주시 풍기읍 백리에 있는 풍기특산물 영농조합법인은 박관식(44)씨 등 농민 6명이 참여, 1995년 말 설립됐다.

역사는 10년이 채 안됐지만 품질 만큼은 전국에서 손꼽힌다.

2001년과 2004년에 홍삼정과와 절편으로 '한국 전통식품 베스트 5'에 각각 뽑혔고 2002년에는 ISO 9001 인증마크를 획득한 것. 홍삼정과는 2003년에 청와대 대통령 기념품으로 선정됐고, 박씨는 이같은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았다.

이 회사는 올해 또 한번 '진화'(進化)할 예정이다.

지난 연말 12억원을 투자, 전국 인삼 가공업계 최초로 무균 자동가공시설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 준비를 마쳤다.

강원도 태백에서 양계농을 하다 귀향, 인삼농으로 성공한 박 대표는 "농사꾼도 경영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무한 경쟁시대에 도태될 것"이라며 "법인 자체 인삼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열화사업이 대안

백제 무왕이 어린 아이들에게 '서동요'를 부르게 하면서 선물로 나눠준 것이 바로 산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마(麻)다.

또 하수오(何首烏)는 무협소설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비의 영약(靈藥). 이 처럼 전설과 소설에나 등장하던 약용작물들은 최근 웰빙물결을 타고 건강 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작목들은 특히 일관처리가 가능한 계열화가 추진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시대에 새로운 고소득 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동 북후농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를 수매, 음료·죽·차 등 50여 가지 가공제품을 생산·유통해 지난해 56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지난해 완공한 안동 와룡면 명잦 약초종합처리장은 집하·선별 뿐 아니라 건조·저장기능까지 갖춰 수확기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하락을 피하고 있다.

또 영주 평은면의 경우 4개 산약작목반 가운데 3개 작목반이 재배면적 확대 및 친환경 산약 생산을 위해 통합운영을 준비중이다.

보건복지부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 위원인 평은농협 강성국(60) 조합장은 "농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기관의 밀수·국산 둔갑을 막기위한 감독이 더욱 절실하다"며 "우수품종 개발에도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sava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