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직장인들의 미래를 보장 받는 길

입력 2005-02-16 11:10:16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해 본 사람이라면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내일 출근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일어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놓고 잠자리에 들긴 하지만 막상 아침이 되면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머리맡에 놓아둔 자명종이 울리면 끄고, 또 울리면 끄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오늘 하루 쉬면 안 될까? 아프다고 거짓말을 할까? 뭐라고 해야 상사가 속아줄까?'등 생각나는 모든 대안으로 머리를 굴리며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린다. 그러다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때 걸리는 한계시간만 남겨놓고는 황급히 집을 뛰쳐나간다. 그것도 평상시 하던 출근 준비과정을 생략한 채 말이다.

이렇게 되면 직장인들의 하루 일상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과거를 돌아볼 틈도 없고, 5년 또는 10년 후는커녕 1년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다 보니 이런 날들이 모여 5년이 되고 10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나간 날들은 과거이고 앞으로 남은 날들을 미래로 생각하는 단순함에 빠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은 미래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갖지 못한다.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데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 인생의 목표를 세워본 기억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의 기억뿐이다.

그때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목표로 세우기보다 남들이 볼 때 그럴싸한 직업을 주워대곤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했기 때문에 자기 꿈을 갖지 못했고 결국 부모들이나 가족들 또는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재능과는 동떨어진 분야에서 근무를 해온 사람들의 숫자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도구가 '근속 연수'가 되어버렸다. 어떤 재능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렸느냐가 아니라 단지 이 분야에서 몇 년을 근무했느냐로 그 사람의 값어치를 따지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5년, 10년, 또는 15년이라는 근속 연수가 자신의 시장가치와 봉급을 결정해 왔기에 뚜렷한 노하우나 경험적 가치가 없어도 숨어살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장막이 걷히고 있다. 나이가 젊은 직장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장막이 걷혀도 덜 당황하지만 근속 연수가 15년, 20년을 넘은 직장인의 경우 봉급에 상응하는 노하우나 경험 가치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크게 당황한다.

골프에 비유하자면 골프를 한 지 몇 년이 되었는지를 따지는 '구력'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골프실력 즉 '핸디'가 얼마인지를 보자는 것이다. 골프의 경우에는 몇 년 동안 쳤는지의 구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현재의 실력이 얼마인지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저항이 없다.

그러나 우리 직장인들의 경우 이 바닥에서 몇 년 근무했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경험가치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아직은 떨떠름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직장인 봉급 결정기준을 몇 년 근무했는지로 따져온 데다 또 근속 연수가 쌓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노하우가 따라온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근무한 기간만큼에 해당되는 노하우가 따라주었는데 왜 요즘은 그렇지 못할까? 그 이유는 경험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는 사회적 여건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험으로 인한 노하우나 지식을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는데 반해 요즘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예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써먹을 수 있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추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빨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직장인의 경우 근속 연수 무용론까지 대두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직장에서의 근속 연수가 경험가치로 인정되는 비율의 문제이다. 10년을 근무했다면 개인이 가진 경험가치도 10년에 상응하는 가치가 쌓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첫해에 짜놓은 업무 매뉴얼로 한 해를 근무하고, 내년에도 또 반복하고, 그리고 내후년에도 그 틀로써 반복만 하고 있다면 근무 연수로는 3년이지만 경험가치는 1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몇 년을 근무했다는 기간개념이 아니라 근무기간 동안에 쌓인 경험가치를 어떻게 정리해둘 것인지와 앞으로의 직무추세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직장인의 미래를 보장받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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