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근무력증

입력 2005-02-15 11:30:18

피로하면 눈이 감긴다? 의심해보세요.

유모(17)양은 최근 TV를 볼 때 갑자기 오른쪽 눈꺼풀이 처지고 물체가 두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잠시 눈을 감고 쉬면 증상이 사라지고 다시 TV를 보면 그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면 상태가 좋아졌다가 오후 늦게나 밤에는 증상이 악화됐다. 신경과 전문의는 그녀에게 위쪽을 집중해 보게 했을 때 안검하수(눈꺼풀 처짐)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다. 또 큰소리로 책을 읽게 한 뒤 2분쯤 지나면 콧소리로 바뀌면서 발음이 불명확해 졌다. 1분 정도 휴식을 취하자 이 같은 증상들은 사라졌다. 의사는 '중증 근무력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인체의 근육들이 뇌로부터의 명령에 따라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신경계나 근육계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구조를 가진 신경-근(육) 접합부의 기능도 정상적이어야 한다.

신경-근 접합부의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근력저하나 근육피로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통틀어 신경-근 접합부 질환이라고 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이 중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 병은 활동시 갑작스럽게 발생했다가 쉬면 금방 회복되는 변동성의 근력약화가 특징이다.

중증 근무력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의근(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의 약화, 근육피로현상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수면이나 휴식에 의해 증세가 바로 회복되나 계속적인 사용으로 다시 재현된다. 이 병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말초신경을 통해 근섬유에 자극을 전달하는 과정에 필요한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에 대한 자가 면역성 항체가 생겨 발생한다. 즉 이 항체가 수용체를 파괴시키거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근력 저하를 초래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여성의 경우 10~20대 사이, 남성에서는 40~50대의 성인 및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난다. 자칫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질환은 인접한 다른 중추신경계 구조가 같이 손상돼 언어장애, 손'발 떨림 등의 증상이 종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중증 근무력증과는 다르다. 중증 근무력증은 흉선(가슴 속 호르몬 기관)과 아주 관계가 많다. 대개 환자의 75% 정도에서 흉선이 커져 있거나 흉선종이 발견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특정부위의 수의근에 생기는 변동성의 근력 약화이다. 그 중 가장 흔한 부위는 안구 주위이다. 환자 중 60% 이상이 초기 증상으로 안검하수, 복시, 시야장애 등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세가 운동과 휴식에 의해 악화와 회복을 금방 보일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병의 진단이 가능하다. 또 침범되는 근육의 분포에 따라 연하(삼킴)장애, 구음장애, 팔'다리의 근력약화가 나타나며, 심지어는 호흡마비도 발생할 수 있다.

중증 근무력증의 진단은 병력의 청취와 함께 침범 근육군을 지속적으로 운동시킴으로써 근력약화를 유발해 객관화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안검하수나 안구운동장애 등이 있을 때 '텐실론'이라는 약제를 혈관에 투여해 30초~1분 이내에 호전되면 진단이 확실하다. 이밖에 여러 가지 근전도 검사(반복신경자극검사) 및 혈중 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 측정이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흉부 CT촬영으로 흉선종이나 비대해진 흉선을 찾기도 한다.

치료방법에는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메스티논'이라는 약물을 쓰거나 면역학적요법이 있다. 이를 위해 흉선 절제술, 스테로이드 혹은 면역억제제 투여, 혈장 교환술 및 전신 방사선 조사(쬠) 등이 시도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하정상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중증 근무력증은 신경과 근육 접합부위의 질환으로 활동할 때 갑자기 근력이 약화되고 쉬면 회복되는 특징이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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