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05-02-15 11:32:33

간염 연구에 바친 한평생

정태호(73) 경북대 의대 명예교수(WHO협력 간염연구소장)는 최근 아테네국립대 물리학과 마누사끼스 아르까디오스 교수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정 교수가 개발한 항암면역요법 주사약이 암 투병을 하고 있던 아르까디오스 교수의 아들 병세를 덜어 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르까디오스 교수가 인터넷을 통해 정 교수의 '항암면역요법' 논문을 읽게 됐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들의 인연은 맺어졌다.

지난 1998년 정년퇴임한 정 교수는 요즘도 의대 연구실로 매일 출근한다. B형 간염과 항암면역요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그가 이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그는 간염 치료제의 원료 식물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불룸버그 교수는 그의 집념에 감동을 받아 지난 89년에 격려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랜 연구 끝에 정교수는 지난 2003년 6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제 '헤파가드'를 시판했다. 이 약은 89년에 개발된 것인데 14년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정 교수가 암 연구를 시작한 동기는 선친이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 그래서 그는 72년 미국 리치몬드 의과대학 암 병동에서 뒤늦게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암 연구에 매진했다. 그곳에서 B'C'G.(결핵예방백신)를 암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정 교수는 여기에 착안해 '튜바신'이란 주사약(바니스에게 준 약)을 개발했다. 2002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더마톨로지'에 관련 논문도 실었다. 그러나 이 약은 아직 상품화 되지 못한 상태. 임상실험과 신약 출시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B형 간염이 치료됐는데도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현대의학의 한계이다"며 "이는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는 숨은 바이러스가 간 조직을 여전히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파구를 잘 길러서 숨은 바이러스를 죽여 Hbs항체를 만들면 간암과 간경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매달리고 있는 이 같은 면역요법의 개발이 성공한다면 아마 노벨 의학상 감이 되지 않을까. "연락이 안 되면 연구실에서 쓰러진 줄 알라고 제자들에게 종종 이야기 합니다." 질병정복에 대한 노 의학자의 투혼이 뜨겁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사진: 고희를 훌쩍 넘긴 정태호 명예교수는 요즘도 대학 연구실에서 B형 간염과 암 세포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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