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언-불법주차 단속·견인방법 개선하자

입력 2005-02-02 15:51:45

며칠 전 우연히 불법주차된 차량을 견인해가는 현장을 목격했다. 소형 차량을 견인하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끝이 굽은 철사를 이용해 운전석의 차문을 강제로 열었다.

차량의 내부공간은 운전자의 사생활의 일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열어서는 안 된다. 아마도 견인을 위해 브레이크나 기어를 조작할 필요 때문이겠지만, 이러다 보니 보안장치가 잘된 고급 외제차나 국산 대형승용차는 견인을 못 하게 되고 손쉬운 소형차량만을 견인해 갈 수밖에 없다.

또 그곳은 (지산동 청구 네거리 인근 대구은행 365코너 앞) 평상시 불법주차가 많지만 도로구조가 배가 불룩한 형상으로 주차된 곳을 제외하고도 3개 차로가 확보되어 있는 곳이다. 교통소통에 크게 지장을 주는 곳이 아닌데도 견인까지 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구청에서 하는 불법주차 단속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교통소통의 관점에서 단속지역을 좀더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시내 도로가 좁은 영국 등에서는 주정차 '절대금지구역', '출퇴근 시간대금지' 등으로 나누고 노면에 노란색 페인트로 표시해 운전자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이는 단속의 고유목적이 교통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구역의 설정시에도 가급적이면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는 차량을 매달아 견인하지 말고 실어 나르도록 하는 방향으로 견인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10여 년 전 일본 출장시 도쿄시내에서 견인현장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삿짐을 나를 때 쓰는 도구처럼 바퀴가 달린 나지막한 네모판 위에 견인대상차량을 들어 얹어서 견인해 갔다. 작업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았고 차 문을 열 필요가 없어서 고급차든 소형차든 형평성 있게 견인해 갈 수 있었다. 또 견인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을 차량의 손상이나 시비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교통문제는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교통과 관련한 단속에 대한 시민불만이 의외로 높다. 경찰의 교통단속이나 구청의 주차단속이 어쩐지 본래의 목적보다 실적을 위한 단속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음을 관계관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정기조(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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