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초토화 될라 "法이 해도 너무해"

입력 2005-01-31 13:59:18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내심은 법원에 대한 불만이 적지않은 듯하다.

현재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국회의원직을 잃거나 1심 또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상급심에 계류 중인 의원이 모두 10여 명. 그런데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자신의 텃밭으로 여기는 곳에서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볼멘소리가 먼저 새어나온 쪽은 열린우리당. 경기와 충남에서 이미 의원 2명이 의원직을 잃어 4월 재·보궐선거가 확정된 데다 6명의 의원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의원들의 수가 한나라당보다 많은 데다 이들의 지역구도 지난번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경기·충청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여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목소리가 없지않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뾰로통하기는 마찬가지다.

1심이나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상급심 판결을 기다리는 의원이 모두 4명인데 텃밭이라 생각하는 대구·경북에 모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덕모(영천) 의원은 2심에서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김태환(구미을)·김석준(대구 달서병) 의원은 1심에서 각각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인 300만 원과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창달(대구 동을) 의원도 지난 26일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관계자들은 "국회의원 4명이 모두 의원직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4월 재·보선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다"면서 "선거법 위반 관련 수사가 대구·경북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이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석권한 만큼 열린우리당 의원 중에는 선거법 위반자가 없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냐"면서 "법원이 자신들에게만 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불만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4월과 10월의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지만 당외 인사와 열린우리당은 생각이 다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예비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벌써부터 정당 공천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대구·경북에 지역구 의원이 없는 열린우리당도 올해 재·보선에서 유력인사를 공천, 지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올해 대구·경북에서 적게는 2곳, 많게는 4곳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 유력인사가 출마하거나 일부는 외부영입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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