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대구사과와 오페라 문화

입력 2005-01-31 10:02:33

대구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과'일 것이다.

여러 지방에서도 사과를 특산물로 내놓고 있지만 대구사과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대구가 사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다소 의외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재래종인 능금을 재배해 왔다.

그러다가 1884년 외국 선교사들이 외국 품종을 들여와 관상수로 심으면서 사과가 퍼지게 됐다.

특히 대구의 경우 1895년 미국 선교사 아담스가 안식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과가 대구에 없어 아쉬워한 나머지 사과 씨앗을 가지고 온 데서 비롯됐다는 기록이 있다.

외국의 것을 우리의 현실과 실정에 잘 맞춘 결과 대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만든 대표적 예다.

필자는 대구의 또 다른 상징물로 오페라문화를 꼽는다.

사과와 오페라문화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성격이지만, 대구의 자랑거리라는 점에서 함께 묶을 수 있겠다.

대구의 오페라는 외형적 자본에 있어서도 성장하기에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

동양 최고 규모인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성서 계명대에 2천 석 규모의 최첨단 그랜드 오페라 무대가 건축되고 있다.

물론 뮤지컬과 무용 외에도 연극·대중음악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다목적 콘서트 홀이지만 문화예술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리라 본다.

또한, 대구에는 시립오페라단과 대구·영남·로얄 오페라단 등 8개의 민간오페라단이 있으며, 우수한 교육기관들이 있다.

이처럼 오페라를 위한 하드웨어가 충분한 것이다.

오페라의 소프트웨어인 인적자원, 즉 역량 있는 예술인과 매년 훌륭한 후배 성악가들이 나오고 있으며, 또한 미술, 의상, 무대 장치 분야 또한 여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 시민의 의식과 수준도 남다르다.

그렇다면 대구를 한국, 나아가 세계 속의 오페라 메카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도시는 상업이 발달하고 건축물이 아름다우며 교통수단이 최첨단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아름다운 정신세계인 문화예술이 꽃피는 도시일 것이다.

불란서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부의 기준이 카를 마르크스가 신봉한 경제자본이 아니라 문화자본이라고 주장했듯, 한 나라의 수준은 문화의 발달에 달려 있다.

계명대 성악과 초빙교수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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