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대구·경북은 없다?
"요즘 여의도에 대구·경북이 있나?"
노무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것이기는 하지만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의 역할론을 놓고 여의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데 대한 푸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못 진지하다.
지역출신 한 정치권 인사는 "대구·경북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대구·경북은 이제 표계산을 하는 정치권이 무시를 하느냐 아니면 회유하느냐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예를 들어보자. 이번 당직개편 결과는 한나라당 내 대구·경북 색채 없애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당 3역에 대구·경북출신은 없다.
몇몇 중간 당직에 대구출신 비례대표 의원이 있지만 비례대표는 비례대표일 뿐이다.
대구 출신 박근혜 대표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잠재적 경쟁자들을 의식해 대구·경북 탈색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덩달아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비중도 약해지고 있다.
강재섭 의원은 주요 언론의 대권후보 반열에도 빠지고 있다.
공석이 된 국회 재경위원장직에 박종근 의원이 도전했지만 대구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당내 지원이 미약하다.
열린우리당 사정은 더하다.
대구·경북출신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에 사정은 볼 것도 없다.
지난 연말 예산국회 때 경북고 출신의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이 총대를 메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위해 뛸 마음이 있지만 여러모로 협조가 안돼 힘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무기력증은 관가에도 여지없이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주요 부처에 대구·경북출신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장·차관 할 사람도 없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대구·경북 정치권이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않는 한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가 크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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