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경제 희망 찾기-(1)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의 해법

입력 2005-01-17 14:31:21

"폐쇄성 벗고 국제화에 올인"

우리 경제에 희망은 있는가? 희망은 주어지는 것인가, 찾아내서 만들어가는 것인가? 새해를 맞아 우리 삶에서 희망을 찾고 만드는 이들을 찾아보았다.

"생각과 시야를 넓히면 희망적인 많은 지역사회의 잠재력이 보일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생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힘을 합해 노력한다면 대구경북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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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60)은 "우리 지역사회가 가진 많은 것을 인식한 뒤, 우리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21세기를 맞아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자세로 매진한다면 희망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이 어제는 괜찮지 않았나?

50, 60년대만하더라도 대구는 분명 영남권 중심도시로서 확고한 위치를 지켰었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그 위상은 하락했습니다.

다만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개발경제시대 발전전략에 따라 길목에 위치한 대구가 상대적으로 광주에 비해 파생적 혜택을 더 누렸을 뿐입니다.

1990년대 서해안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대구와 광주의 입장이 뒤바뀐 셈이죠.

지역민들과 지역사회가 지역출신 인사들의 권력장악을 마치 지역발전과 동일시한 잘못이 10년이 넘는 지역사회 침체를 불러온 근본원인 중 하나입니다.

1996년 한 해 동안 영남대 객원교수로 근무할 때만 하더라도 30년 집권의 기분에서 못 헤어나고 조만간 재집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지역사회의 분위기였습니다.

▶지금 대구경북에 변화의 기류가 있는가?

지난해 7월 대구경북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역사회가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성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특별히 돌봐줄 정치권력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자각이 지난 10여 년간 고통 속에서 얻은 '성과'겠죠. 또 이런 자각의 확산이 바로 지역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싹트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상생(相生)의 길을 실천해가야 한다는 의식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은 단순히 시간적 거리의 단축이 아니라 '떨어져 있던 것(대구와 경북)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대사건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구경북의 장점이라면?

많은 서양학자들은 유교문화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한국을 꼽고 있고, 그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습니다.

차분히 돌이켜보면 대구경북은 21세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먼저 우리가 가진 많은 것에 대해 깨달아야 합니다.

먼저 우수한 인재가 많습니다.

다만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을 21세기형 인재로 제때 전환시키지 못한 것이 한계였던 만큼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아야죠.

대구처럼 깨끗하고 쾌적하며 살기좋은 도시를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경주와 안동, 합천 등 인근의 문화유산과 레저시설도 뛰어납니다.

교통은 사통팔달로 어느 곳보다 자유롭습니다.

이런 장점들이 사실상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외부의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우리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특히 영남권 정신적 지주로서 대구의 중심성이 서서히 회복되는 시점입니다.

50, 60년대 중심도시와 21세기 중심도시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대구가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의식구조도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찾아낸 희망을 쥘 수 있을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해외투자 유치는 △비싼 땅값 △규제 완화 △노사 화합 3가지를 해결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구에는 공장용지가 제한돼 있으니 땅값이 싼 대구권 7개 시·군에 공장을 유치하는 대신 대구지역 시민의 고용창출로 보전하고,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우리지역의 보수성으로 노사화합을 해결해야 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에다, 대구경북에는 '불법파업은 없다'는 시민의식이 전세계에 알려진다면 대구경북은 기업이 모이는 지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문가와의 대화와 토론을 통한 공동 학습의 장으로서 대경콜로키움이 매주 열리고 있고, 대구경북연구원·대구상공회의소·한국은행대구경북본부·대구은행 등 지역경제 분야 조사·연구기관들이 정례모임을 마련한 것도 지역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노력을 반영한 움직임들입니다.

현재는 물론 향후 지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중국에 대한 연구 및 학습 모임도 조만간 출범하겠죠

지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성이 아니라, 폐쇄성입니다.

개방을 통해서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국제성을 키우는 것이 지역사회의 시급한 과제이고, 이 때문에 대경연구원 올해 사업의 주된 목표로 '대구경북의 국제화·세계화'를 선정했습니다.

오는 2월 정식출범할 대경국제화연구회는 대구시와 경북도, 구미, 포항, 안동 등지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정책 형성 과정에 있는 민감한 이슈까지 터놓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자리로 만들 구상입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포항 출생으로 포항중앙초교와 경북중, 서울고, 서울대 경제학과(학사)와 행정대학원(석사)을 졸업한 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토연구원 수석연구원과 청와대 경제비서관, 건교부 기획관리실장·차관보, 국토연구원장, 인천발전연구원장, 인천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국 칭다오시 경제고문과 국제물류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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