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류독감 파동으로 긴 불황의 터널을 달려온 닭 가공업체 (주)계림물산. 때마침 닭의 해인만큼 정초부터 재기 의욕이 뜨겁다.
7년 역사의 계림물산은 2003년까지만 해도 잘 나갔다.
2000년 25억 원, 2001년 66억 원, 2002년 150억 원, 2003년 305억 원. 해마다 배 이상 성장했다.
사상 최대의 판매고를 달성한 2003년 12월엔 대구 수성구 사월동 옛 공장 부지를 팔고 18억 원을 투자해 경산시 산전리에 새 공장을 완공했다.
직원들은 새 일터에서 '욱일승천'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공장 완공무렵 조류독감 파동이 터졌다.
'금방 끝나겠지.' 공장 이전을 늦추며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랐지만 사정은 갈수록 나빠졌다.
이상성(40) 과장은 "6개월이 지나도 조류독감 파동은 가라앉지 않았다"며 "일감이 줄어 오후 3, 4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아 직원 수송차량까지 없애야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주문량이 많을 땐 50t을 훌쩍 넘겼던 일일 닭고기 판매량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6세때부터 30여 년을 닭 업계에만 종사한 장명(47) 생산 부장은 "지금껏 이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원돌(54) 생산 과장은 "조류독감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닭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된 것도 업계 전체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수입산 비중이 30%가 넘어 수입 중단으로 원가 부담이 급증한 소규모 국내업체들이 연쇄 부도에 휩싸였다.
계림물산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4년 매출액(200억 원)이 전년보다 100억 원 이상 줄것으로 예상, 두 차례에 걸쳐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해고했다.
부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던 날 이찬근(59) 전무는 대낮부터 술에 취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송종화(46) 사장부터 달라졌다.
거래처를 늘리고 업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밤낮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다행히 조류독감 파문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닭고기 판매량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신규 거래처도 속속 늘어나고 있고, 최근 통일부가 올해 내 북한산 닭고기 수입을 추진하면서 원가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 험난했던 조류독감 파동에도 회사를 지켰습니다.
닭의 해인 2005년에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겁니다.
"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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