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입력 2005-01-06 09:03:37

꿈꾸는 잉구베이타,

그 한마디 십년 전부터

내 귓전을 맴돌고 있다.

잉구베이타, 그는 누구일까,

어디에 살고있을까,

나이는?

잉구베이타 잉구베이타,

그가 꾸는 꿈을

한 번 나는 보고 싶구나, 글쎄

한 번 보고 싶구나,

꿈꾸는 잉구베이타,

그 한마디 십년이나 왜

내 귓전을 맴돌고 있을까,

김춘수 '잉구베이타'

인간은 뭘까, 시는 뭘까,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시는 탄생하는지도 모른다.

또 어떤 말은 예감의 광휘에 휩싸여 시인의 영혼을 며칠 동안, 아니, 10년을 따라다니다가 어느 날 사뿐 나비처럼 지상에 내려앉는지도 모른다.

'잉구베이타'는 '인큐베이터'인데, 시인은 그 표준말도, 말뜻도 모른 채 오래 옹알이해 왔다고 한다.

하니 이 시는 의미보단 무의미, 소리의 울림, 리듬을 따라가 본 무의미시쪽이라 할까. 시인은 모든 것을 다 알 필요가 없고 오히려 시인이 창조해 낸 말들이 다 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일찍이 이데올로기의 허위성을 깨치시고 무의미시를 탐구하다가 마침내 '꿈꾸는 잉구베이타'의 아가인 평화로운 미숙아로 돌아가신 대여 김춘수 시인이시다.

박정남(시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