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앞자락 박영희씨 집

입력 2005-01-01 12:28:33

곱게 분을 바르고 한껏 멋을 부린 세련된 중년여인의 화사한 모습처럼 단아하면서로 환한 분위기로 편안한 인상을 주는 집이 있다. 팔공산 앞자락에 자리잡은 박영희씨 집이 그곳이다.

언뜻 보기만 해도 즐겁다. 첫인상과 어울리게 '놀이 동산'이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박씨가 편리한 생활여건을 갖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게 된 데는 어린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주인이 아이들에게 하늘과 숲 그리고 물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이 집이 즐거운 가장 큰 이유다. 주인은 유아들에게 자연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출발한 전원의 삶이 이제는 자신의 삶이 돼버렸다고 말한다.

주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인지 '덕을 쌓아야 얻는다'는 남향(南向). 게다가 팔공산 계곡의 청정 시냇물이 흐르고 느티나무 그늘과 솔숲이 둘러 쌓인 곳에 자리잡았다.

5개의 나무의자를 이어놓는 대형 의자가 정원을 가로지르고 소형풀장이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10여 개의 느티나무가 친구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모두 유아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다. 정원에는 연산홍, 옥자마, 원추리, 마가렛, 패랭이 꽃, 수국이 지천에 널려 있다. 헌 기와로 머리를 올려 고풍스런 전통미를 살린 담벼락은 주인의 모습을 닮았다.

정원에서도 집을 감사 돌고 있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주인은 '연못' 등 고여 있는 물을 즐기는 '맛'도 있지만 흐르는 물을 옆에다 두는 '멋'도 만만찮다고 말한다. 더구나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물이 오염될 염려도 없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정원과 달리 건물은 깔끔하고 당찬 모습. 집 외부를 벽돌로 감아 안정감 이 느껴진다. 여기에 걸맞게 지붕재 역시 차분한 색상으로 마감했다. 지붕선이 위치를 달리해 마치 앞뒤로 별도의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관으로 길게 이어지는 테크는 한옥의 전통방식인 툇마루를 닮았다. 이곳에 탁자와 의자를 같이 두어 편안한 실외 휴식공간으로 마련했다.

세련돼 보이면서 자연스럽고 간결하면서도 중후한 느낌을 주는 거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조금이라도 공간확보를 위해 식당을 건물 뒤편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서재를 마련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또 서재의 책상을 거실쪽으로 둠으로서 바깥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주방의 음식 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아 일석삼조다.

원목 마루와 흰색격자 창틀이 깔끔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은은한 조명아래 각종 미술품과 전통식 보료와 소파가 한데 어울리는 군더더기 없는 가구 배치가 마치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침실은 주택의 어느 공간보다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그래서인지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했다. 전통한지와 격자 모양의 창문이 발아래 까지 나 있어 햇살이 방안 가득 쏟아진다.

건테이너로 만든 농가 창고를 활용해서 사랑방을 만들었다. 내부는 황토로 감아 토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스킨다부스를 감아 컨테이너 외부의 흉한 모습을 가렸다. 요리도구와 세면도구 등을 비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늘 무료로 개방, 누구든 와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황토방과 본채를 연결하는 통로와 보조 주방겸 창고를 투명유리로 처리해 밝아보인다.

"동치미가 익어가는 동짓달이 되면 친구들과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곳에서는 동치미와 함께 겨울이 익어가고 있었다.

♣정용의 500자 평

대구의 전원주택의 대부분은 팔공산 산허리와 그 아래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 동구 덕곡, 용수, 신용, 진인, 능성동이고 칠곡군 동명면 기성, 남원리 등이 팔공산 남향 택지로 전원주택지로는 나무랄 때 없는 곳이다.

박영희 원장집은 용천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집터다. 팔공산에서도 요사이 최고 각광 받는 곳이 용수동이다.

박원장은 상수도보호구역내에 농가주택을 구입해서 외부는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만 사용해 편리하게 리모델링을 했다.

"새로 뜯고 지을수도 있지만 주위에 더불어 살면서 동질감을 느끼도록 외부는 그대로 두었습니다"라는 박원장의 말에서 보듯 처음부터 이웃과 함께 할 자세가 되어서인지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잘살고 있다.

주방을 서재로 활용한다든지 컨테이너로 만든 농산 창고를 사랑방으로 개보한 것이라든지 곳곳에 주인의 숨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입지적으로는 대구의 전원주택 여러곳을 둘러봐도 북쪽에는 팔공산의 큰산이 있어 북풍을 막아주고 앞으로는 냇물이 휘돌아 감아 내리는 곳은 몇 곳 없는데 박원장 집이 그 중의 하나다. 전원주택 입지로는 최고라고 볼 수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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