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먹는 것'

입력 2005-01-01 12:32:39

둘 다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섹스가 훨씬 종합적인 감각과 절차가 필요하다. 한때 섹스와 음식의 유사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지만, 섹스도 먹고 살만해야 잘 한다. 섹스는 안 한다고 죽지 않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 것 아닌가.

'잘 먹어야 섹스도 잘한다'는 말은 보편적이지만, '섹스를 잘하기 위해 잘 먹는다'는 것은 변태(?)의 냄새가 풍겨난다. 좀 형편 나은 인간들의 '종말론적 변태'가 '마누라 맞교환'이다. '스와핑'이란 것이다. 스와핑은 본래 '교환한다'는 뜻이다. 집안의 물건들을 서로 물물교환하는 것이다. 60년대 '키 파티'가 유행하면서 부부를 교환해 즐기는 성행위로 정착했다.

'키 파티'(Key Party)는 자동차 키를 한데 모아 놓고 여자들이 키를 뽑아 그 남자와 하룻밤을 즐기는 프리 섹스 파티다.

또 '키 클럽'(Key Club)이란 것도 있다. 2차 대전 직후 미군 장교의 집단 거주지에서 비밀리에 행해진 클럽이다. 아내들을 기다리게 해 놓고 남자들이 집 열쇠를 골라잡아 그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가는 것이다.

형태는 아파트와 자동차 키로 변형됐지만, 여성을 재산의 일부로 보고 물물교환하거나 힘을 과시하는 원시성은 스파르타 시기의 것과 유사하다. '스와핑'은 97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리안 감독의 '아이스 스톰'을 비롯해 중산층 가정의 단절과 모순을 얘기할 때 곧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클럽 버터플라이'가 있다. 30대 부부 경(아니타)과 혁(김영호).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둔 30대 맞벌이 부부다. 서로 바쁜 일상에서 점점 성적 교감을 잊고 사는 전형적인 부부다. 혁은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다. 그러나 아내는 등을 돌린다. 물론 아내 경도 남편과 섹스를 하고 싶다. 그러나 남편은 늘 피곤하고 힘들 때만 요구한다.

이제 혁은 아내만 보면 움츠러든다. 남성이 적재적소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 부부에겐 자극이 필요한 시기다.

부부가 모두 친한 친구 부부가 있다. 둘은 이미 스와핑으로 권태를 잊고 지낸다. 경과 혁의 부조화를 보다 못해 스와핑 클럽, 바로 버터플라이 클럽으로 초대한다.

'클럽 버터플라이'의 결말은 지극히 교훈적이다. 파티에서 각자 다른 부부와 방에 들어가지만, '극단'으로 가지는 않는다. 한때 '스와핑'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스와핑'은 극단적으로 성적 자극을 추구하는 일탈적 행태다. 영화에서는 각자의 방으로 가지만, 극단적으로는 같은 방에서 배우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원조(?)라고 한다. 한국의 관습상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스와핑' 부부의 결말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와핑은 프리섹스의 자율성보다는 가정의 보호라는 감시의 눈길이 필요하기도 하다.

요즘도 인터넷 게시판에는 '스와핑 현장'이란 이름으로 사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클럽의 은밀성으로 봐서는 실재는 아닐 것으로 보여 진다. 한국에서 '스와핑'은 고소득직종 부부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여유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섹스와 경제는 상호보완적이지만, 경제가 더 절박하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섹스 관련 사고가 줄어드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대구도 좀 더 섹스를 잘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면 경제가 살아났으면 하는 얘기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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