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비밀-먼지가 필요해!

입력 2005-01-01 10:03:55

나흘 후면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이상고온 탓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온 천지가 하얗게 덮인 특별한 하루를 꿈꾼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눈은 비와 마찬가지로 하늘에 구름이 있어야만 내릴 수 있다.

구름은 또 수증기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수증기가 구름이 되는 메커니즘을 먼저 살펴보자.

수증기를 포함한 공기덩어리는 상승하면서 그 기압이 낮아져 팽창(단열 팽창)하게 되고, 이에 따라 기온이 낮아진다(단열 냉각). 게다가 기온이 낮아지면 그 온도에서의 포화 수증기량(=1㎥당 공기에 대한 수증기량)이 줄어들고, 공기덩어리는 과포화상태가 되어 구름이 생긴다.

이 때문에 과포화상태의 구름 낀 공기덩어리가 하강하면 포화하지 못한 상태로 다시 바뀌어 구름은 모두 증발하고 맑은 날씨로 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실험결과, 대기가 과포화상태에 있다고 하더라고 먼지 하나 없는 청정한 공기의 경우는 포화상태의 4, 5배나 되는 과포화상태에서조차 구름(=물 알갱이)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름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해염핵(=물보라가 말라 생긴 비말), 황토, 화산재, 미세먼지 등 흡수성을 가진 미세입자가 필요하다.

이런 구름입자 응결핵은 통상 반지름이 0.08㎛ 이상인 알갱이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구름의 수명이 몇 시간에서 겨우 며칠에 불과하다는 것. 20㎛의 구름입자가 200㎛ 크기의 안개비로 성장하는데 54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볼 때, 질량으로 따져 구름입자의 10만~100만 배에 달하는 눈(또는 비)이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 같은 눈의 신비는 스웨덴 기상학자 토르 베르예론(1891~1977)의 이론이 설명해 준다.

베르예론에 따르면, 대기가 0℃ 이하가 될 때 구름입자가 동결되거나 공존하고 있던 수증기가 승화해 얼음의 결정(=빙정)을 형성한다.

그리고 과냉각된 구름입자(액체)와 빙정(고체)이 공존할 때 이 둘 사이에 포화수증기압의 차이가 발생, 구름입자가 급속히 증발해 수증기가 됐다가 그 수증기가 다시 빙정 쪽으로 승화하여 빙정을 급속히 성장시킨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렇게 형성된 물의 결정(사실상 눈)은 커지고 무거워져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눈이 되고, 아래쪽 기온이 따뜻할 때는 녹아서 비가 되는 것이다.

비 내리는 크리스마스조차 하늘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는 셈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따뜻한 비?= 베르예론의 이론처럼 일단 빙정(=눈 조각)이 되었다가 눈으로 내리거나, 0℃ 이상의 고온을 만나 비가 되는 경우는 온대지방의 눈과 비 형성에 적합한 설명이다.

기온이 높은 열대지방에서는 거대한 해염핵이 구름입자의 형성핵이 되고, 처음부터 큰 상태였던 구름입자들이 떨어지면서 밑에 있던 구름입자들과 뭉쳐져 비를 내린다.

이 때문에 열대지방의 비를 '따뜻한 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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