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우뚝 선 '목발인생'

입력 2004-12-28 13:25:52

합천군 율지리 김쌍기씨

영남 오광대 발상지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장승공원 옆에 아담한 목조각 작업장을 갖고 있는 목연(木蓮) 김쌍기(42)씨. 장애의 몸인 김씨는 손수 다듬은 목조각품을 팔아 얻은 수익금 50만 원을 모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며 27일 덕곡면에 기탁했다.

김씨는 지난 1988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풍물패 등 문화 활동을 즐기던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그러다 버거씨병(혈관이 막혀 뼈가 마디마디 떨어져 나가는 불치병·본지 2002년 6월 5일 보도)이라는 몹쓸병에 걸려 낙향한 뒤 아내까지 가출하는 비운을 겪었다.

오른쪽 발목과 손·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김씨가 새 삶을 찾은 것은 '장승깎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2001년 덕곡면 밤마리 장터가 '탈·장승축제'와 함께 '역사·문화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 그는 "아! 이것!"이라는 영감을 온몸으로 훑으면서 나무와 뒹굴기를 시작했다.

장승의 영검일까, 소나무의 기운을 받아서일까. 병세가 멎고 새살이 돋는 기적을 낳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씨는 합천지역은 물론이고 경북 성주 참외축제와 고령 대가야문화제 등 전국의 장승깎기와 목조각 이벤트 축제에 초청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2일 장승공원에서 열린 첫 전시회에는 많은 지역의 기관·사회단체장들과 목공예가들이 몰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괴목·회나무·대추나무 등 버려진 나무들을 모아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예품으로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 그는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수근 덕곡면장은 "자신도 장애인이어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정성껏 다듬은 조각품을 팔아 성금을 내놓아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사진: 정성을 다해 다듬은 목조각품을 팔아 얻은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쾌척한 김쌍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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