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학 2년…영신초교 오상민군

입력 2004-12-27 11:22:51

2002년 6월. 4학년인 오상민(대구영신초교)군은 방문 교수로 가는 엄마 손을 잡고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집 앞에 팔던 양념오뎅과 납작만두, 아버지가 가장 그리웠다"는 보통의 한국 소년. 낯선 땅에서 많은 부분에 혼자 도전하고 해결하기를 20냄? 올해 초 다시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생으로 돌아왔다. 열 살 소년은 유학을 경험한 뒤 어떤 열두 살이 돼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해외 유학이나 어학연수, 영어 캠프 등을 계획 중인 학부모, 학생들이 참고해야 할 이야기들을 들었다.

▲떠나기 전

일곱 살부터 영어를 배웠다. 영어 유치원과 학원을 이어 다니며 대단한 실력을 쌓은 건 아니지만 말하기 하나는 특출했다. 집에서 혼자 비디오테이프를 많이 본 덕분이다. 디즈니 만화를 특히 좋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봤다.

상민이는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 안 들려서 한두 마디 알아듣지만 들을수록 더 잘 들리고 나중에는 따라하게 된다"라고 했다. 비디오테이프에 나오는 동작이나 춤, 목소리 등을 곧잘 따라하는 상민이를 주위 사람들은 '미국 개그맨'이라고 불렀다.

영어 책도 적잖이 읽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독서 습관은 영어 책을 대하는 데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했다. 그림책은 일찌감치 끝내고 초등학교 2, 3학년 때 얇은 소설책을 즐겨 읽을 정도였다.

이렇게 여러 해를 쌓은 영어 실력은 유학 가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엄마 성정옥(42)씨는 "유학을 가기 전에 최소한 1년은 영어 공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영어 실력이 확실하지 않으면 유학을 가도 결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연구와 진료에 바쁜 엄마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들에게 걱정을 쏟는 대신 자율을 가르쳤다. 적절한 주의와 제한 속에 풀어두되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멀리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 것. 학교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혼자 부딪히고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엄마의 속내를 알듯 상민이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자세를 가졌다.

수업 참여는 물론 친구를 사귀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말다툼 하고, 주먹질도 하고, 도움도 주고받는 가운데 우정이 쌓이는 건 어느 나라든 다를 바 없었다. 체육대회, 달리기, 축구 등 학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상민이는 유학생이 아닌 그들의 친구가 되어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한 뒤 비디오테이프 보기, 책 읽기, 신문 보기 등에 시간을 쏟았다. 일요일 쇼핑 때는 새로운 책과 비디오테이프를 사는 게 중요한 코스가 됐다. 늘상 절약을 강조하는 엄마였지만 책과 비디오테이프를 사는 데는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다.

▲다양한 여행 경험

평소 아들과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는 엄마는 틈나는 대로 아들과 여행을 떠났다. 넓은 세상의 다양한 문물과 사람들을 접하게 하는 것도 목적이었다. 캐나다는 물론 미국의 주요 도시,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등 시간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까지 다녔다.

여행에서 까다로운 상황이 생기면 항상 먼저 나서는 것은 상민이였다. 어린이도 인격적으로 대하는 북미의 분위기는 상민이가 생소한 환경에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성격을 갖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엄마가 여행 경비를 걱정하느라 잠자리나 교통편이 불편한 적이 많아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고,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학습의 장이 됐다"라고 말하는 상민이에게 의젓함이 비쳤다.

▲다시 학교로, 학원으로

캐나다에 있을 때 학교 시험이 없는 게 가장 좋았다는 상민이는 돌아온 뒤 벌써 많은 시험을 치렀다. "정보가 늦어 항상 다른 엄마들 뒤만 따라다닌다"는 엄마의 탓인 듯 학원도 벌써 여러 군데를 다녔다.

그렇지만 상민이는 유학 당시의 적극적인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학교 숙제든 학원 숙제든 힘들긴 하지만 잘 하고 열심히 하면 칭찬도 받고 실력도 늘잖아요. 그래서 숙제 많은 학원이 더 좋아요."

나름대로 작은 목표, 조금 큰 목표, 더 큰 목표를 정해 놓고 하나씩 이뤄가겠다는 각오도 비쳤다. 얼마 전 작은 목표였던 경북대 영재교육원 합격을 달성했으니, 이제 작은 목표는 중학교 배치고사를 잘 치는 것이라고 했다.

영어 공부는 안 하느냐고 물었더니 "별로"라며 걱정하는 눈치였다. 겨울방학 때 영어 캠프를 가고, 영어 학원에도 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상엔 온통 영어 소설책과 비디오테이프, DVD 등이 널려 있었다. 그 옆으로 얼마 전 출판했다는 '초등학생 상민이의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기'라는 책이 보였다. 귀국한 뒤 유학 기간 동안의 학교생활과 행사, 여행 경험 등을 영어로 쓰고 정리해 우리말로 직접 번역까지 한 500쪽 가까운 책이었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