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장롱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살배기의 죽음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영세민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는데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희귀난치병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모의 책임'을 묻는 사람도 있다.
희귀성 난치병이 사망 원인으로 드러난다면 지금껏 비난을 받았던 사람들은 면죄부를 쥐게 된다.
최소한 마음의 짐은 덜 수 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제대로 된 치료라도 한번 받아봤더라면, 장작개비마냥 말라버린 5kg의 네살배기에게 세상 사람들의 정이나마 듬뿍 받아보게 했더라면…. '굶어서 죽었다'와 '난치병으로 죽었다'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태식이(가명)의 죽음에는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점이 있다.
사회복지제도가 있고 행정기관이 있고 담당자가 있고 이웃도 있는데 장롱 속 죽음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나 이웃 주민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가가호호 방문할 만큼 넉넉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기도 벅찬 이웃에게 우리 모두가 떠맡아야 할 책임을 떠넘기는 것 역시 비겁하다.
안타까움은 부모에게 돌아간다.
제대로 밥도 못먹고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아이를 그냥 두었던 부모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일찌감치 이웃이나 동사무소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들 부부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웃에선 그저 이상한 사람들 정도로만 알았지, 아이가 그런 상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앙상하게 뼈를 드러낸 채 세상을 등진 태식이, 그 육신마저 죽음의 원인을 찾는다며 이리저리 헤쳐볼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 하늘나라에서 태식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는 또다른 나를 만들지 말아주세요"라고.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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