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함창역, 80년만에 무인 간이역

입력 2004-12-22 12:22:48

지난 1924년 경북선(영주 어등~김천 두원) 개통과 함께 주민들과 애환을 같이하던 '상주 함창역'이 내년 공사전환을 앞둔 철도청 구조조정 여파로 역무원 없는 간이역(무인역)으로 80년 세월을 마감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상주·문경지역 탄광산업 발전과 더불어 한때 영화를 누렸던 함창역은 농촌인구 감소와 석탄산업 쇠퇴 등과 맞물려 조금씩 규모가 축소되다 지난 10일부턴 아예 무인역으로 전락한 것. 이에 지역 주민들은 함창역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철도청장에게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함창역은 경북선 12군데 역 중 상주·점촌역 다음으로 큰 규모. 영주역과 부산역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여섯 차례 이 역을 지나고 있다. 아침(7시16분)과 오후(6시38분)에 이 역을 지나는 열차에는 출·퇴근하는 주민 20~30여명이 이용하는 등 승객들이 하루 50여명에 이른다.

함창역장 등 경북선 구간의 역장을 17년 간 역임한 김행일(61·상주시 함창읍)씨는 "80년대만 해도 함창역에는 12명의 역무원이 근무할 정도로 중요한 물류거점지였다"며 "상주·문경지역 탄광에서 쏟아져 나온 무연탄이 이 곳에서 옮겨지고 그만큼 사람들의 왕래도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함창역의 전성기는 90년대 초반 문경 불정·가은 탄광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사그라져 직원들도 감소, 급기야 5년 전에는 역장이 없어지고 부역장 전임지로 기능이 축소됐다. 게다가 주야간 교대 근무하던 부역장 2명도 이젠 떠나야 한다. 21일 함창역에서 만난 김상순(40) 부역장은 "역 접근벨과 무인감시 카메라 등 무인 시스템이 완료되는 연말쯤 이 곳을 떠난다"며 "숱한 사연을 함께 한 역무원들이 떠나 섭섭한 마음이 클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함창역을 통해 수십년간 보따리 행상으로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보냈다는 김분희(68·상주시 함창읍) 할머니는 "몇해 전까지 비둘기 열차가 다닐 때는 함창에서 김천으로 행상을 떠나는 장사꾼이 많았다"며 "역무원들이 무거운 보따리를 들어줘 그 고마움으로 돌아올 때면 생선 한토막 건네던 정겨움이 있었는데 이젠 다 옛일"이라 말했다.

한편 21일 함창읍발전협의회 등 함창주민 120여명은 신광순 철도청장에게 보내는 건의서에서 "철도이용객 고령화로 승·하차시 반드시 역무원 도움이 필요하다"며 "단 한명이라도 역무원이 남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주시와 상주시의회도 22일 안전사고 위험 증가와 고령 이용객의 이용불편 등의 이유로 함창역의 무인화 중단을 철도청에 건의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