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열림' 동인지 6집 발간

입력 2004-12-09 13:35:26

한해의 끝자락에 열매를 맺은 6개의 나이테를 간직한 시나무. 올해는 세 사람의 시 향기만 담아 우듬지만 남은 나무 같지만, 뿌리가 튼실하니 때가 되면 다시 잎이 나고 꽃도 필 터.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강문숙·이혜자·김현옥 시인이 '시·열림' 동인지 6집을 냈다.

'당신이 오신다는 기별에/ 밤새 환하던 서쪽 하늘/ 먼 산 청솔 숲에/ 만 마리 학이 내려 앉았네// 풍상에 휘어진 가지마다/ 말씀처럼 피어나는 얼음꽃/ 퍼붓는 폭설 아득히/ 당신은 오네//….' ('세한도' 중에서)

16편의 시를 실은 강문숙(49) 시인은 시작메모에서 "내겐 시가 가끔은 '눈물방' "이라며 "흘린 눈물 방울이 이슬처럼 맑은 시가 되어 삶이 아파 울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을 전했다.

'멀어지는 것보다 남아 있는 것으로 아픕니다/ 오늘 볼 수 없는 것보다 내일 떠오르는 것이/ 우는 눈보다 울지 않는 마음이 아픕니다/ 안녕히 가세요 제발/…. '('안녕히 가세요, 제발' 중에서)

20편의 작품을 소개한 이혜자(33) 시인은 "드라마의 결말이 비극적으로 예고되어 있더라도 때로 아름답고 때로 풍요로우면 족하다"고 했다.

스스로의 발로 가는 삶, 누추한 생일지라도 곧 떠날 수 있는 짤막한 생을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다.

'늦은 밤 빗소리, 유행가처럼/ 네가 가고 내 가슴에 들어찬 유행가처럼/ 가슴을 치고 휘돌아 가는 유행가처럼/ 들을 때마다 사무치는 유행가처럼/ 추억의 판 위로 젓가락 두드리네//….' ('늦은 밤 빗소리' 중에서)

역시 20편의 시를 담은 김현옥(41) 시인은 "이제 삶의 다른 향기와 빛깔들을 느끼게 해 주는 것들로 시의 주전자를 채우고 싶다"며 "여기서 우려낸 시 한잔을 사랑으로 가득 찬 가슴들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세 시인은 '길'이라는 주제로 삶과 일상에 대한 사색을 산문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각 1편씩. 이 또한 시의 향기가 자신과 사람들의 누추해진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그런 가슴으로… .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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