景氣 죽이는 '稅金 증가'

입력 2004-11-29 12:07:56

통상 불경기에는 감세 정책을 쓴다. 특히 내수를 살리려면 세금 부담을 줄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조세 정책은 거꾸로다.

경기 침체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자 정부는 봉급 생활자들의 '유리 지갑'부터 손댔다. 올해 봉급 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15%대로 지난해 9.8%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세수 부족분을 봉급 생활자들로부터 메운 것이다. 세금 증가율도 가팔라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세수 추계 및 세제 분석'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8% 늘어난 반면 세금은 연 11.9%나 올랐다. 조세부담률도 같은 기간 17.8%에서 20.5%로 뛰었다. 세금 외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을 합친 국민부담률 역시 21.5%에서 25.4%로 급상승했다.

내년도에도 서민 가계에 대한 세금 압박이 예고되고 있다.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의 과표가 대폭 '현실화'돼 국세와 지방세 부담이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다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경유 값이 대폭 오를 예정이어서 대중교통 및 서비스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경기 진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세원을 확보해야 하나 세금 걷을 곳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징세 편의주의에 따라 봉급 생활자를 비롯한 서민 가계의 주머니만 터는 조세 정책은 부메랑이 돼 정부의 내수경기 회복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경기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소득재분배 기능을 왜곡하는 조세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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