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기름 유출'안전불감증'이 주범

입력 2004-11-24 11:21:19

포항 형산강 주변에 10만ℓ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항공유가 유출된 사건은 아직도 지역사회가 안전 불감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관계 기관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을 일인데도 소홀히 하는 바람에 50만 시민들을 식수 불안에 떨게 하고, 사고 인근 농지와 마을을 기름범벅으로 만들었다.

문제의 송유관은 노후로 인해 전에도 기름이 유출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따라서 송유관 관리자인 대한송유관공사는 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업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었는데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고가 난 후에도 기름 유출량이 1만ℓ 밖에 안 된다거나, 환경 오염 수준도 미미 하다며 변명하기에만 급급했다.

사고가 나자 포항시와 방제 당국이 형산강에 오일 펜스를 설치한 후 유강정수장의 취수를 중단하고, 영천과 안계댐 물을 대신 끌여들여 식수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다행히 형산강 물을 대체할 수 있는 두 댐이 있어 식수공급 중단 사태에까진 이르지 않았지만 만약 두 댐이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많은 시민들이 식수난으로 대혼란을 겪고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 아닌가.

이번 사고의 책임이 대한송유관공사에 있는지, 형산강 치수작업을 하던 부산지방국토청에 있는지는 수사 결과 밝혀지겠으나, 문제는 유관 기관의 협조 체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사고가 난 후부터 양 기관은 서로가 책임 떠넘기기에 바쁜 인상이다.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를 벌써 잊어버렸는가. 각종 공사 유관기관의 협조체제 결여가 빚은 대참사였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고원인을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묻고 환경 오염 원상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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