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기업 생산성향상에 사활 걸어

입력 2004-11-22 09:49:58

"체질 강화 외에는 살길이 없다.

"

원/달러 환율 1천100원대가 무너진 데 이어 내년 900원대라는 최악상황까지 제기된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더이상 외부환경에 연연해 하지 말고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등 체질 강화에 주력하자는 운동에 나섰다.

원화 약세에 기댄 수출수익구도가 사라진 이상 내부 체질 강화 외에는 활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급작스런 엔고(高) 파동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으면서도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체질 강화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일본 기업들의 부활사례를 우리 기업에 접목하는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델파이는 하반기부터 '생산혁신의 대명사'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인 기후차체에 혁신 연수를 위해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에스엘(주)은 불량률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환 충격 장기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전사적인 '제품혁신'운동에 들어갔다.

평화산업, 평화정공, 화신 등 지역의 중견 대표기업들도 공정개선·불량률 저감 등 '현장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 지원기관들의 체질 강화를 위한 각종 혁신프로그램도 인기다.

한국생산성본부 대구경북지부가 17일 개강한 현장개선 교육프로그램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실천교육'에는 불경기로 교육 희망자가 줄어드는 최근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신청 접수가 조기마감됐다.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정원 49명이 한순간에 차 버린 것.

한국표준협회가 시행하는 경영혁신 교육프로그램인 '6시그마 아카데미'에도 올들어 대구경북지역 130개 업체가 참여, 역내 업체들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

2개 업체를 선정하는 대구경북중소기업청 시행 공정혁신 개발지원사업에는 15개 업체가 몰려들었다.

여상철 한국생산성본부 대구경북지부장은 "생산현장에서 5S운동을 통해 낭비를 추방, 생산성을 키운 일본 사례에 우리 기업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손석호 중기청 공업연구사는 "제조공정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려는 '공정혁신운동'으로 환 충격에 대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희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낭비요소 제거와 체질 강화로 환차손을 상쇄해 낼 수 있는 기업만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환 충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상장 계명대 통상학과 교수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 900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1980년대와 1990년대 2차례 엔고(高)를 경험하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일본 기업들의 생존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기업들이 이제부터 본격적인 '혁신의 시험대'에 올라 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이 평균 1천127원이라고 답해 전체의 73.2%가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거나 이에 직면해 있으며, 1천100원대가 붕괴되면 90% 이상이 출혈수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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