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 너는 누구냐

입력 2004-11-19 13:02:29

현대불교신문사 엮음

"마음을 바다에 비유할 수가 있습니다.

바다가 고요할 때는 잔잔하지요. 수십미터 아래 바다밑이 보일 정도로 맑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치고 태풍이 불어올 때는 1미터 앞도 볼 수 없는 것처럼 일체의 번뇌망상을 걷어내야 마음이 밝고 고요해집니다.

" (무여 스님의 '화두 드는 법' 중에서).

"부처와 중생을 이원적으로 생각해 '나는 중생인데 좌선을 해서 부처를 이룬다'는 생각으로 참선을 하면 깨치지 못합니다.

나는 중생이 아니라 본래 부처인데 이 번뇌망상 때문에 부처 노릇도 못하고 있으니까, 이 번뇌망상만 공한 줄 알면 본래 부처라 이 말입니다.

" (도현 스님의 '선, 스스로 만든 행복' 중에서).

요즘 선(禪)을 비롯한 명상과 마음공부, 웰빙 등이 대유행이다.

빠르게 격변하는 사회, 경쟁과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미처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 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중에는 선이나 명상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선은 이원적 대립개념에 의한 갈등과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화해와 융합의 근원으로 21세기 인류사회의 새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참선을 통해 삶의 진정한 주인을 찾고 행복한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화두(話頭)를 드는 간화선(看話禪)은 한국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핵심수행법. 직접적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어 '최상승 수행법'이라 일컬어지지만, 오래 수행한 사람이라도 어려워하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심에서 '선 수행' 바람을 불러일으킨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대법회' 스님들의 법문을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대한불교 조계종 직할 교구본사인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법회의 선법문을 한데 모은 것이다.

매주 3천여명 이상이 동참하는 뜨거운 열기로 이어진 이 법회에 초청된 선지식은 고우 스님(봉화 각화사 선덕)을 비롯해 무여(봉화 축서사 선원장), 대원(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함주(보은 법주사 총지선원장), 현산(구례 화엄사 선등선원장), 영진(전 조계종 기초선원장), 지환(조계종 기본선원장), 혜국(충주 석종사 선원장), 현웅(미국 버클리 육조사 선원장), 도현(하동 쌍계사 금당선원 선덕), 설정 스님(덕숭총림 수덕사 수좌) 등 1명의 선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이들 선지식들은 '선의 본질과 의미', '화두 드는 법', '선 수행의 요체', '한국 선의 세계화와 생활선' 등을 주제로 무엇이 간화선의 고갱이이고, 어떻게 삶의 현장에서 선용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풀어주며 불교계에 수행 붐을 일어나게 했다.

이 책은 바로 선방에서 수좌(선방에서 참선만 하는 스님)들과 직접 실참실수(實參實修)해 온 선지식들이 오랫동안의 수행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화두를 들고 간화선 수행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가를 상세히 풀어준 진정한 간화선 지침서이기도 하다.

법문 후 이루어진 즉문즉답(卽問卽答)도 고스란히 지면에 옮겼다.

'윤회하는 주체는 무엇인가', '참 의심은 어떻게 내는 것인가', '활구참선이란 무엇인가' 등 평소 참선을 경험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스님들의 자상한 설명도 좀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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