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지속적인 대외 무역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내부로는 심한 불균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으나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수출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내수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벤처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성장 양극화 현상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재의 이런 난관을 극복할 방책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우리가 등한시했던 부품'소재 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은 금년에 들어와서 대중국 부품'소재 수출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무역수지 100억달러 흑자를 돌파했다. 더욱이 몇몇 경쟁력 있는 중소 부품업체들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되면서 부품'소재 산업은 경제 성장과 고용 유발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은 일찍부터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산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우선 경제성장 초기에는 원천기술의 수준 자체가 열악하여 대부분의 산업 체계가 조립생산 방식에 집중되었으며, 인터넷 산업이 미래 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이후에는 전통 산업의 범주로 취급받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후보에서도 제외되었었다. 최근 정부가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하나로 생각하며 뒤늦게나마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부품'소재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 공정개선, 설비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계속되면서 중소기업은 투자여력을 점차로 상실해나갔다. 최근에 들어와서 중국으로 부품'소재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부품'소재가 대부분이고 핵심 부품'소재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계속 좁혀오고 있기 때문에 부품'소재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한 국가 과제로 남게 되었다.
부품'소재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열악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산업체와 대학'연구소 사이의 산학연 협동체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산학협동은 대학이 중심이 되어 산업체를 기술지도하거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전통적인 방식의 산학협동이 아니라 기업이 중심이 되고 대학이나 연구소가 오히려 기업의 기초연구를 보조하는 새로운 산학연 협동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부품'소재 분야의 연구개발은 철저하게 제4세대 연구개발의 한 요소인 '연구 및 비즈니스개발'(R&BD)의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 인력들이 사회나 기업의 수요와 상관없이 무작위적인 원천기술을 연구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개발 초기부터 사회 및 대기업의 수요, 부품'소재 관련 중소기업의 역량,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 기반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공정개선, 생산설비 확충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진행되어야 하며, 정부 역시 금융'세제'연구개발'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부품'소재 기업이 밀집해 있고 인근의 대학들과 산학협동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반월시화 산업단지를 부품'소재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두 개의 전략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미, 창원, 포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새로운 혁신형 중소기업을 다수 발굴하여 미래의 가능성 있는 부품'소재 혁신 클러스터로 육성하어야 할 것이다.
임경순(포항공대 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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