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감기

입력 2004-11-16 16:38:48

겨울로 가는 환절기라서일까,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콜록거리고, 콧물을 훌쩍거리며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머리가 지끈거려 벽을 짚고 다녀야 할 때도 많다. "감기 조심하세요!"가 거진 인사말이 돼버렸다.

감기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더욱이 올 겨울과 내년 봄에 유행성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는 보건 당국의 전망에 따라 보건소마다 예방접종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감기만큼 우리에게 친근한(?) 병도 있을까? 100명 중 90명꼴로 1년에 한 번쯤은 감기에 걸린다고 하니 말이다. 아이 시절, 감기에 걸린 친구에게 부모들이 맛있는 것 사주고 온갖 어리광 받아주는 것이 부러워 괜스레 감기 걸린 척 콜록거리기도 하고, 온돌 바닥에 이마를 갖다 대 뜨끈거리게 만든 후 만져보라고, 열난다고 꾀병부리기도 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주변을 보면 감기 걸렸을 때 약을 복용하지 않고 견뎌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약을 먹어도 1주일, 안 먹어도 7일"이라는 말마따나 어지간히 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때가 되면 낫는다는 거다. 어떤 이들은 감기 걸렸을 때의 약간 몽롱하고 나른하기도 한 그 느낌이 왠지 좋아서 일부러 약을 먹지 않는다고도 한다.

어쨌든 하도 흔해서, 병같지도 않게 여겨지는 것이 감기다. 게다가 가끔씩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평소 감기라곤 모르는 튼튼체질의 사람들보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들도 있다. 백혈구가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차츰 저항력이 생겨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렸을 때 병을 이겨내는 힘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짧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되레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얼마전 영국의 BBC방송은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이 스트레스 관련 논문 300여 편을 조사한 결과 시험을 치는 것 같은 짧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닥쳐오는 자잘한 슬픔과 시련 같은 것들도 감기처럼 우리를 단련시켜 준다면…. 그래서 어느 날 불쑥 큰 아픔이 닥쳐오더라도 "이까짓 것쯤이야"라며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최신 기사